“당진은 스페인의 ‘말라가’라는 지역과 비슷한 거 같아요. 말라가는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해변 도시인데요. 이곳은 역사와 볼거리 뿐만 아니라 시골의 정겨운 분위기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제가 시선을 두고 발길을 향하는 곳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두 도시의 닮은 점이에요.” (박향주 씨)제각각의 청년들 당진에 모이다도시청년 임재희(38), 박경선(39), 박향주(35) 씨가 지난 6월부터 당진에 살고 있다. 당진이 처음이라는 이들은 “당진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며 “당진은 머릿속에 흰 도화지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
“이 조그마한 탁구공이요, 얼마나 예민하고 섬세한지 잘못 던지면 거침없이 막 날아가요.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게 인생과 똑같아요.”김기숙 씨는 올해로 69세다. 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탁구를 접했던 그는 정년퇴임 후 본격적으로 탁구를 즐기기 시작했다. 오른쪽 다리에 마비가 와 걷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도 김 씨는 꾸준히 탁구를 즐기고 있다. 초등교사 임용고시에 도전충북 청주에서 자란 김 씨는 23살(1974년)에 처음 교편을 잡았다. 장래희망은 의사였지만, 아버지의 성화에 못이겨 교사가 됐다. 6년 간 어린 제자들과 아웅다웅
하얗게 센 머리카락과 이마, 눈가, 손 등에 켜켜이 자리 잡은 주름이 문갑순 할머니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린 동생들을 챙기고, 6남매를 먹여 살리느라 힘들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행복했던 삶이었다. 그런 문 할머니가 지난 6일 100세를 맞았다. 마을회와 자손들은 문 할머니의 100세를 축하하며 그간의 추억을 나누고자 작은 잔치를 열었다. 남편 일찍 여의고 6남매 키워내1921년 서산시 음암면 문양리에서 태어난 문 할머니는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러나 한순간에 집안이 기울면서 3남매 중 장녀였던 그가 고작 9살의
합덕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온 형제사진관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역의 오래된 사진관이다. 합덕시장으로 향하는 거리 한쪽에 자리한 이곳은 옛날 그 모습 그대로 50년 동안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옛 모습 그대로 정겨워형제사진관 안에 들어서자 빛 바랜 사진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2002년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던 가족, 결혼기념일을 맞은 부부,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사진관 곳곳에 걸려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이기 어려운 요즘에는 보기 힘든 모습들이다.형제사진관에서는 요즘은 보기 어
외국인 청년이 한 건물 앞에서 커다란 태극기를 바닥에 펼친 후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태극기에 감사의 입맞춤을 남기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이 외국인 청년은 스리랑카 출신의 란일 씨다. 지난 3일 란일 씨는 10년 간의 한국생활을 정리한 후 밤 비행기를 타고 그리웠던 고국으로 떠났다.“10년 동안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이제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갑니다. 가난했던 제가 부자가 돼서 한국을 떠나요. 그동안 저를 챙겨줬던 회사 사장님과 직원들, 한국 엄마 김명자 씨, 필리핀 친구 데니스, 스리랑카에서 사용할 카메라 구입을 도와준
오래된 건물의 하얀 외벽 앞에 파란색 우체통이 서 있는 작은 카페. 이 건물은 1933년 면천우체국 청사로 지어졌다. 면천면지에 따르면 이 건물은 올해로 지어진 지 88년을 맞이했지만, 터는 1908년부터 면천우체국 자리였단다.그러나 1931년 숙직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이 전소하고 2년 후인 1933년에 지금의 건물로 다시 지어졌다. 이후 1971년에 면천우체국은 현재의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 자리로 개축 이전했다. “면천만의 아늑한 느낌에 반해”면천면 성상리에서 미인상회를 운영하는 이정은 대표는 지난 2019년 떡카페를 운영하고
“옛날에는 양조장이 아닌 집에서 술을 담가 먹었어. 우강면 대포리로 시집을 왔는데, 시어른들이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술이 떨어지면 안 됐어. 그때부터 술을 담그기 시작했는데 벌써 60년이 넘었네.”김영금 할머니(85)가 만드는 짚가리술은 보리차처럼 진한 갈색빛을 띠는 술이다. 향이 독특하지만 맛은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지만 알콜 도수가 높다. 짚가리술은 볏짚을 쌓기 전에 찹쌀로 술을 만들어 땅에 묻고 짚가리에 싸서 300일 이상 숙성, 발효시킨 술을 말한다. 짚가리에 묻어뒀기 때문에 짚가리술이라고 불렸다. “각 집에서 술 담그던
대덕동에 위치한 아디스브라운에서 근무하는 손완규 씨(정미면 덕마리‧29)가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 로스팅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손 씨는 1위를 하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그는 “결선에서 아디스브라운의 주력 커피 원두인 에티오피아 커피콩이 나와 무조건 우승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큰 상을 받은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로스터, 요리사와 같아”손 씨가 참가한 대회는 로스팅 대회다. 로스팅은 커피 생두에 열을 가해 볶는 것을
“어린 나이에, 심지어 연고가 없는 타 지역에서 하는 사업이라 부담이 매우 컸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판매자가 아닌 ‘사람 한홍희’로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붙임성 없는 성격 탓에 단골손님이 생기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손님들은 제게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마음을 다 잡게 했죠.”나이 서른에 경남 통영에서 당진을 찾아온 한홍희(33·대덕동) 씨는 지난 2018년 연고 없는 당진에 자리 잡았다. 걱정보다는 자신감으로 HB씨푸드라는 수산물 판매업을 시작한 그는 현재 우강, 당진,
탈탈탈 고춧가루 빻는 기계소리가 들리고, 고소한 기름향이 가득 퍼진다. 문을 연 지 올해로 44주년이 된 떡방앗간 천우당에는 고춧가루를 빻으려고 온 손님, 기름을 짜러 온 손님들로 북적인다. 추석을 앞둔 요즘은 더 분주하다. 송양곤(88)‧박채선(84) 부부가 반 백년 간 운영해 온 천우당을 아들 송낙신(52) 씨가 이어가고자 40년 만에 고향에 터를 잡았다. ‘아이스케키’ 만들던 곳합덕읍 운산리에 위치한 이곳은 떡방앗간으로 운영되기 전 막대하드, 일명 아이스케키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었다. 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10년 동안 나무에 미쳐 살았다. 목수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리만치 우드토피아 황기준 대표는 우드터닝(woodturning, 목선반 공예)에 열을 지폈다. 평생의 꿈이었지만 업으로는 삼을 수 없었다.그래서 찾은 곳이 당진이었고 읍내동 이안아파트 앞에서 하이플러스 2호점 마트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굳건한 대형마트와 늘어나는 기업형 편의점에 골목 상권의 마트 입지는 자꾸만 좁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와 아버지의 죽음까지 잇따르며 그는 자꾸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막다른 절벽 앞에 다다랐
지난달 21일 금어기 풀려 꽃게잡이 한창아버지 어깨 넘어로 배운 어업…바다 인생 30년“코로나19로 식당 손님 줄고 택배 배송 늘어”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강정의(61·석문면 장고항2리) 씨가 바다로 향한다. 고요한 적막 가운데 파도를 가르는 배 엔진소리로 강 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배에 오를 때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깊은 바다에서 물에 젖은 그물을 길어 올리는 일이 꽤나 고되지만 그를 지금까지 버티게 한 건 오로지 가족이다.
석문농협 삼봉지점에서 근무하는 손유미(33) 계장이 빈집털이범으로 인해 600만 원을 도난당할 뻔한 고객의 재산피해를 막아 당진경찰서로부터 표창을 받았다.지난달 5일 오후 3시50분 경 20대 중반 남성이 삼봉지점에 찾아와 600만 원이 담긴 통장과 도장을 손 계장에게 주며 “아버지 심부름으로 통장에 있는 전액을 인출하러 왔다”고 말했다. 해당 통장을 본 손 계장은 통장 주인이 삼화리에 거주하는 A씨라는 것을 알고, 남성을 수상하게 생각했다. 손 계장은 지난 7년 동안 통정리에 있는 석문농협 본점에서 근무한 가운데, A씨는 본점을
순성면 봉소리에서 양송이버섯을 재배하는 신동혁 씨가 지난해 4월, 8년 동안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직장인에서 농부가 된 그는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느라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설렘과 기대, 근심과 불안 등 여러 감정들을 동시에 안고 지내는 그는 늦은 밤 눈을 붙여도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면 바로 양송이버섯 재배사로 향한다. 그는 이런 생활이 힘들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한다.“부모님께서 더운 여름날 뜬모를 심으면서 학생인 제게 ‘너는 열심히
정미면 우산리 길가에 노란 꽃을 활짝 피운 해바라기가 여름날의 정취를 더해준다. 정미면 우산리에 거주하는 장병대 씨가 집 앞에 해바라기를 심은 것을 시작으로 우산리가 ‘해바라기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시골 정취에 반해 귀농경북 의성이 고향인 장병대 씨는 13년 전 아내 최태숙 씨(우산리 부녀회장)와 함께 당진으로 귀농했다. 서울에 살면서 30년 간 자동차 부속품인 카데크를 제조하는 공장과 봉제인형 등을 만드는 완구공장을 운영했던 장 씨는 집과 공장만을 오가며 일에만 집중해 왔다.그러던 중 당진에 거주하고 있는 사돈의 집을 방문하면서
블루베리의 계절이 돌아왔다. 송악읍 부곡리에 위치한 당진상록수베리농원에는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보랏빛의 블루베리들로 가득차 있다. 동글동글 앙증맞게 생긴 블루베리를 본 어린아이들은 조심조심 다가가 알맹이를 떼어 입에 쏙 넣곤 블루베리의 달콤새콤한 맛을 표정으로 보여준다. 당진상록수베리농원은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농장이자, 블루베리 수확 체험 등이 가능한 농가다. 블루베리를 수확할 이맘 쯤이 되면 지역의 어린이집, 유치원 원아들 뿐 아니라 자녀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부모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 시기가 365일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면. 끊어진 호흡을 다시 이을 수 있다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 가장 간절한 바람일 테다. 심폐소생술은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듯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10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노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위급한 상황을 넘긴 이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그때처럼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당시의 기억을 되짚으며 동료들과 심폐소생술 대회에 참가, 충남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민선홍 씨와 박영광·이우성 팀장의 이야기다. “심폐소생술 필요
>> 조한준 교사(왼쪽)- 1987년 충남 공주 출생- 공주교대 영어교육 전공- 전 상록초·당진초 근무- 현 충남도교육청 미래인재과 국제교육팀 근무 >> 전종혁 교사(오른쪽)- 1989년 충남 보령 출생- 공주교대 국어교육 전공- 전 홍주초, 송산초 근무 - 현 당산초 근무 “선생님, 노래 너무 좋아요. 이제 가수인거에요?” “선생님, 사인해주세요!”성격도, 취향도 다른 조한준 교사와 전종혁 교사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만나 ‘남남’이라는 2인조 밴드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두 곡의 음원을 정식 발표하기도 했다. 매일 학교에서
바텐딩 경력 6차인 유종윤 바텐더는 20대 초반에 이미 바텐딩 국가대표에 이어 아시아컵 최종 우승자 타이틀까지 얻은 실력자다. 2014년 무렵에는 유 씨가 근무하던 호텔의 바가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칵테일 바’로 선정됐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칵테일 문화를 고향에 전하고 바(bar)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자 2년 전 고향을 찾았다. 이어 최근 ‘즐거움이 함께하는 옥상’이라는 의미의 델로프트 바를 문 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앞으로 유 바텐더는 이곳에서 면천두견주 등 우리나라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붉게 떨어지는 낙조가 대호만 일대의 하늘을 물들이고, 이내 찾아온 어둠 속에서 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볼 수 있는 곳. 수개월을 찾아 헤매다 만난 시골 오지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아잘리아그린 캠핑장(이하 아잘리아그린)을 운영한 지 어느덧 9년차다. 아잘리아그린 조재원 대표는 지난 2012년 자연 속에서 보낸 멋진 하룻밤을 선물 받은 후, 대호지면 조금리에 캠핑장을 차렸다. 그는 “대호지는 숨겨진 비경을 가진 곳”이라며 “6개월 동안 당진 곳곳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이 풍광에 반해 아잘리아그린을 문 열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