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항상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을 품은 자에게, 꿈을 지닌 자에게, 그리고 노력하는 자에게 삶은 정체일 수 없다. 삶이란 끊임없는 진보와 개척의 연속임을 허성무(39)씨는 자신의 가슴 찡한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허씨는 지난 2월, 당진천주교회 골목에 2평 남짓한 구두수선가게를 열었다. ‘허구두쇠’란 간판을 달고 작은 가게의 사장이 된 것이
밤호박으로 일본 수출길 뚫어 여름내 자식 키우듯 정성껏 키운 농산물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도 인정받지 못한 채 헐값으로 팔릴 때의 심정은 실제 농민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그토록 혹독한 시련 속에서 새로운 작목에 대한 도전은 여간한 용기가 있지 않고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평면 초대리의 인순현씨는 지난 해까지 무와 감자를 심었다가 제 값을
“항상 민원인을 감동시키는 서비스의 제공과 신속하고 정확한 민원 편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순영 국민건강보험공단 당진지사장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민원 서비스를 통해 지역 주민으로부터 계속적인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합덕이 고향이라는 정 지사장은 72년 공직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16년간 공무원으로 근
“조합원들과 어려움을 함께 겪어내면서 헤쳐나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첫직장을 선택하면서 은행과 농협사이에서 고민했었다고 회상하는 김병남 농협중앙회 당진지부장. 조합원인 농민들과 함께 하면서 요즘은 농협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하고 있다고 한다. 고대면 대촌리가 고향인 김 지부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농협에 입사해 올해로 36년째 근무하고 있다.
미지의 요정처럼 영롱한 아기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는 것은 아무리 가냘픈 생명일지라도 한치의 오차 없이 푸르게 살아나는 생의 약동이 곳곳에 넘실거리기 때문일 것이다. 촉촉한 봄비가 움츠린 뿌리를 깨우듯 봄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희망과 기대를 안겨준다. 자연의 봄은 꽃과 푸르름으로 시작되지만 한 가정의 봄은 새 생명의 탄생으로 그 막이 오른다.
오후 2시, 수업을 마치고 하교할 시간이 되자 합도초등학교 3학년1반 교실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마음엔 벌써 마구 뛰어 놀 운동장과 파릇한 들판이 한가득이다. 아이들의 종알거리는 입은 좀처럼 멈출 기색이 없다. 종례를 하기 위해 교단에 선 이효석 교사는 난데없이 동요를 부른다. “머리, 어깨, 무릎, 팔, 무릎, 팔…….”
세상 모든 일에 대한 판단이 ‘경제성’이라는 단어 하나에 좌우되는 시대, 성장과 개발만이 지상과제로 여겨지는 시대, 효율과 경쟁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며 ‘도시로 도시로!’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시골 동네에서 힘들고 병든 노인들을 돌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도덕교과서에서나 봄직한 일로 여겨질 것이다. 당진군에는 변변치 않은 문화시설과 교통조차 불편한 동네
약육강식의 냉혹한 논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 ‘이웃을 위한 헌신과 봉사’라는 말은 어쩌면 세상물정 모르는 이의 순진한 생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고가 아니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차가운 정글의 법칙이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인가 라는 철학적 물음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나 아닌 타인을 경쟁이나 영리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헌신과 봉
4년째 병과 싸우고 있지만 밝은 웃음 잃지 않아 합덕초등학교 4학년인 전호를 만난 건 200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단하고 피곤했던 지난 일년을 뒤로하고 희망의 새로운 해가 떠오르기를 바랐겠지만 전호와 그 가족들만큼 간절했을까? 전호와 가족들에게는 지난 한해가 정말로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전호가 악성뇌종양 판명을 받고 두
나무는 봄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겨울을 맞이한다. 그래서 겨울은 또 다른 생명을 준비하는 희망이다. 겨울이 지나고 다음해 봄이 오면 류수열 할머니의 가슴에도 봄이 올까? 당진읍 읍내리의 가파른 언덕과 계단을 지나 만난 90세 류수열 할머니는 올 겨울도 추위와 빈곤을 체념하고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류 할머니는 19살 때 시집을 갔으
약속시간을 한참 지나 도착한 당진군청 정보화전산실에는 컴퓨터 수업이 한창이었다. 아이들로 북적댈 줄 알았더니 아줌마, 아저씨들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어색한 손놀림으로 마우스를 만지고 있다. “내가 이병순이여”하며 검은 두루마기 입은 할아버지가 먼저 인사를 하신다. 할아버지가 쓰시던 모니터를 보니 한문이 빼곡하다. 돋보기를 쓰
1970년대 효성여대 교수시절, 서구미술과 모더니즘의 벽에 갇혀 현실을 외면하던 한국 미술계에 <예술은 그 시대의 자식이어야 한다 designtimesp=15263>고 처음 현실참여적인 화두를 던진 김경인 화백. 소나무에서 한국적인 것의 정체성을 찾아온 그가 ‘이제는 정말 그림을 그리겠다’고 고향 아미산에 왔다. 백발이 된 노 교수님. 김경인(6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기대하세요” “학생들 얼굴만 쳐다봐도 너무 좋아요” 몇 년전 원형탈모증에 시달릴 정도로 몸을 혹사시켰던 그녀는 요즘 ‘살맛 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10여년간 생이별했던 바이올린과의 조우는 그녀에게 새 삶을 안겨줬다. ‘현 바이올린스쿨’의 원장 박현미(35세)씨. 올4월 그녀는 평범한 가정주부이기를 거부하고 대학때 전공을 살려 당
더욱 이해하고 사랑할께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장인혁(30세. 사업)·김혜영(29세, 헤어디자이너)씨는 다음달(12월16일, 설악예식장)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랑얘기가 듣고 싶다고 하자 장인혁씨가 “이거 쑥쓰러워서...”하며 얼굴을 붉힌다. 옆에 서 있던 혜영씨도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다. “이 사람은 저를 본 순간 하늘에
감색 도복을 멋있게 차려입은 민우는 큰 대회를 치르고도 카메라 앞에서는 쑥스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오후 5시면 어김없이 검도관에 와 한시간씩 운동을 하고 간다는 민우에게 정말 하루도 안 빠지냐고 묻자 피식 하고 웃는다. “가끔 검도관 안 오고 친구들하고 놀기도 해요. 그러다가 엄마한테 들켜서 혼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한번도 검도가 싫다는 생각은 안 했어
대성소방공사 이 종 구 사장 “지금도 사업만 아니면 고압가스 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는 보통사람들이 하나 가지기도 힘들다는 자격증을 9개나 취득하고서도 여전히 공부에 대한 아쉬움을 말한다. 대성소방공사의 이종구(40세·정미 천의리) 사장. 81년부터 시작해 그가 취득한 자격증만 모두 9가지다. 용접기능사, 배관기능사, 소방설비기사, 산업안전기사
“태욱아 유빈아, 엄마 아빠 늦깎이 결혼식 올린단다”털털한 그녀와 섬세한 그가 키워온 6년간의 사랑 “저희는 애가 둘이나 있는데…” 망설임에 잦아드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걱정 말라고, 가벼운 인터뷰니 부담 가질 필요 없다고 거듭 안심시킨 후에야 허락을 받아냈다. 신평면 거산리로 향하는 차안. 갖가지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함께 산지 6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많아도 노래를 맛있게 부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당진읍 읍내리 당진경찰서 앞에 위치한 음악공간 ‘비틀즈’의 주인장 이승헌(33세)씨. 그는 노래의 맛을 알고, 맛나게 부를 줄 아는 사람이다. 털털한 옷차림과 물들인 꽁지머리가 썩 잘 어울리는 그는 손님들이 ‘사장’이라 호칭하는 것에 질겁을 한다. 정겹게 ‘주인장’ 아니면 편하게‘이군’
부드러운 여전사, 시골학교 아이들에게는 태권도 선생님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한가운데 서서 선수들에게 수신호를 보내는 그녀는 분명 치열한 격투기 현장에 우뚝선 여전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평상시엔 그녀의 말대로 세련된 정장을 즐겨 입고 파스텔톤 선글라스를 애용하는 ‘신세대 주부’일 따름이다. 송산면 금암리에서 남편 권의혁(33세)씨와 함께 아들 세상(4세
가요강사 윤세중씨의 노래 한토막, 우스개 한토막음향기기까지 실어 나르는 자칭 ‘문화자원봉사자’“고향에 늘 뭔가 도움주고 싶었는데 다행히 사람들이 반겨주고 흥겨워 해줘 더할 나위없이 행복하죠.” 첫 곡에 이미 흥은 극에 달했다. 가락에 들썩이는 어깨는 금새 춤사위로 이어질 것 같다. 26일 오후 2시 당진문화원 강당은 최신가요를 배우는 주부들로 열창의 무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