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 계기…치유의 시작”“시를 매개로 사람과 사랑을 발견하는 프로그램” 단단하게 굳었던 마음이 열리고,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이 바뀌고 있다. ‘내 마음이 변하니 세상이 변하더라’는 말처럼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서 비롯된 상처 입은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장이 강의하는 시(詩) 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장애인들이 모인 달팽이문학회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매일 아침 계성초 등굣길에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 호루라기 소리가 ‘삐익-’하고 경쾌하게 울리면 지나가던 차가 멈추고, 아이들이 길을 건너 학교를 향한다.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해 지각하는 아이들까지 안전하게 등교시키고 나면 9시가 넘는다. 아이들이 방학하면 함께 방학하고, 개학하면 같이 개학한다. 비가 올 때는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안전지휘봉을 들고 교통지도에 나선다.이렇게 허성무(채운동·58) 씨가 교통봉사를 한 게 무려 30년이 넘었다. 장애로 걷기조차 어렵고 자꾸만 기억을 깜빡하면서도 교통지도만큼은 잊지 않는다.
외국인 청년이 한 건물 앞에서 커다란 태극기를 바닥에 펼친 후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태극기에 감사의 입맞춤을 남기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이 외국인 청년은 스리랑카 출신의 란일 씨다. 지난 3일 란일 씨는 10년 간의 한국생활을 정리한 후 밤 비행기를 타고 그리웠던 고국으로 떠났다.“10년 동안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이제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갑니다. 가난했던 제가 부자가 돼서 한국을 떠나요. 그동안 저를 챙겨줬던 회사 사장님과 직원들, 한국 엄마 김명자 씨, 필리핀 친구 데니스, 스리랑카에서 사용할 카메라 구입을 도와준
앵무새만 보면 힘든 일을 잊는다는 차관호(49·신평면 운정리) 씨는 앵무새 애호가다. 애호가에서 앵무새를 번식·사육하고 수출까지 하는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삽교호 관광지 내에서 테마동물원을 운영하기도 한 그의 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앵무새와 함께하는 것”이란다.“앵무새만 있다면…”앵무새 아빠가 된 지 27년 됐다는 그는 어린 시절 힘들게 자랐다. 그의 나이 3살에 부모를 잃은 그는 친척들 손에 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몇년 간은 식자재 납품업을 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오래된 건물의 하얀 외벽 앞에 파란색 우체통이 서 있는 작은 카페. 이 건물은 1933년 면천우체국 청사로 지어졌다. 면천면지에 따르면 이 건물은 올해로 지어진 지 88년을 맞이했지만, 터는 1908년부터 면천우체국 자리였단다.그러나 1931년 숙직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이 전소하고 2년 후인 1933년에 지금의 건물로 다시 지어졌다. 이후 1971년에 면천우체국은 현재의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 자리로 개축 이전했다. “면천만의 아늑한 느낌에 반해”면천면 성상리에서 미인상회를 운영하는 이정은 대표는 지난 2019년 떡카페를 운영하고
“옛날에는 양조장이 아닌 집에서 술을 담가 먹었어. 우강면 대포리로 시집을 왔는데, 시어른들이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술이 떨어지면 안 됐어. 그때부터 술을 담그기 시작했는데 벌써 60년이 넘었네.”김영금 할머니(85)가 만드는 짚가리술은 보리차처럼 진한 갈색빛을 띠는 술이다. 향이 독특하지만 맛은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지만 알콜 도수가 높다. 짚가리술은 볏짚을 쌓기 전에 찹쌀로 술을 만들어 땅에 묻고 짚가리에 싸서 300일 이상 숙성, 발효시킨 술을 말한다. 짚가리에 묻어뒀기 때문에 짚가리술이라고 불렸다. “각 집에서 술 담그던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온통 코로나19 뿐이었던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당진시민들에게 한 해를 보낸 소감과 새해 소망을 들었다. 당진시대 페이스북 등을 통해 ‘2020년은 ○○○이었다. 2021년 새해에는 ○○○했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이 가장 하고 싶다’라는 문장을 제시하고, 빈칸을 채워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참여 시민들 중 추첨을 통해 5명(김민주, 김응숙, 장재광, 정한영, 조상연)을 선정, 지역 카페 이용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사진은 페이스북·카카오톡의 프로필
27년 제과·제빵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인재 대표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지난 2018년 우수숙련기술자 취득에 이어 올해에는 충청남도가 선정한 제1호 명장으로 올라섰다. “잘 구워진 빵을 볼 때면 행복하다”는 이 대표의 도전하는 삶을 오븐에서 꺼내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제과점서 일해5남2녀,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이인재 대표의 10대 시절은 어려웠다. 그의 나이 7살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가계 상황이 어려워졌다. 형·누나는 타지로 떠나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그를 이끌어줄 만한 존재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 채윤 학생의 꿈은 화가다. 밑그림 같았던 꿈에 채색을 하며 꿈을 더욱 선명하게 그려나가는 중이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살아 움직인다. 단편소설 를 감명 깊게 읽은 채윤 학생은 장면들을 그림으로 그려 3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애니메이터의 꿈을 완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에 나서고 있다. SNS로 캐리커처 판매하기도채윤 학생은 강원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목회자인 아버지(김석기 탑동감리교회 담임 목사)를 따라 16살 여름 무렵 당진을 찾았다. 마냥 그림 그리는 게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아무리 조급해한다 해도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오로지 기다리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들 말이다.와인 소믈리에 이강권(31) 씨는 그런 면에서 와인을 닮았다. 포도를 농사지어 수확하고, 양조 과정을 거치면서 정성을 쏟은 뒤에는 시간을 들여야만 맛있는 와인이 완성된다. 묵묵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빛깔과 향기와 맛이 드는 와인처럼, 열정을 다 해 살아가고 있는 이 씨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신의 색과 향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좋은 분위기를 더하는 와인그가 와인을
대덕동에 위치한 아디스브라운에서 근무하는 손완규 씨(정미면 덕마리‧29)가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 로스팅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손 씨는 1위를 하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그는 “결선에서 아디스브라운의 주력 커피 원두인 에티오피아 커피콩이 나와 무조건 우승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큰 상을 받은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로스터, 요리사와 같아”손 씨가 참가한 대회는 로스팅 대회다. 로스팅은 커피 생두에 열을 가해 볶는 것을
“야구는 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박영신 씨(60·송산면 무수리)는 15살 무렵 야구를 시작해 중·고교 선수를 거쳐 35년간 사회인 야구에 몸담았다. 환갑의 나이에도 야구를 즐기며 당진에서 최고령 야구인으로 불리는 그의 야구 인생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인야구 35년 경력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난 박 씨는 공부에 뜻을 품은 부모님 덕에 12살 무렵 서울로 이사를 갔다. 그가 진학한 중학교에 야구부가 있어 관심을 갖게되면서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박 씨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나는 중학교
“어린 나이에, 심지어 연고가 없는 타 지역에서 하는 사업이라 부담이 매우 컸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판매자가 아닌 ‘사람 한홍희’로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붙임성 없는 성격 탓에 단골손님이 생기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손님들은 제게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마음을 다 잡게 했죠.”나이 서른에 경남 통영에서 당진을 찾아온 한홍희(33·대덕동) 씨는 지난 2018년 연고 없는 당진에 자리 잡았다. 걱정보다는 자신감으로 HB씨푸드라는 수산물 판매업을 시작한 그는 현재 우강, 당진,
탈탈탈 고춧가루 빻는 기계소리가 들리고, 고소한 기름향이 가득 퍼진다. 문을 연 지 올해로 44주년이 된 떡방앗간 천우당에는 고춧가루를 빻으려고 온 손님, 기름을 짜러 온 손님들로 북적인다. 추석을 앞둔 요즘은 더 분주하다. 송양곤(88)‧박채선(84) 부부가 반 백년 간 운영해 온 천우당을 아들 송낙신(52) 씨가 이어가고자 40년 만에 고향에 터를 잡았다. ‘아이스케키’ 만들던 곳합덕읍 운산리에 위치한 이곳은 떡방앗간으로 운영되기 전 막대하드, 일명 아이스케키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었다. 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10년 동안 나무에 미쳐 살았다. 목수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리만치 우드토피아 황기준 대표는 우드터닝(woodturning, 목선반 공예)에 열을 지폈다. 평생의 꿈이었지만 업으로는 삼을 수 없었다.그래서 찾은 곳이 당진이었고 읍내동 이안아파트 앞에서 하이플러스 2호점 마트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굳건한 대형마트와 늘어나는 기업형 편의점에 골목 상권의 마트 입지는 자꾸만 좁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와 아버지의 죽음까지 잇따르며 그는 자꾸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막다른 절벽 앞에 다다랐
지난달 21일 금어기 풀려 꽃게잡이 한창아버지 어깨 넘어로 배운 어업…바다 인생 30년“코로나19로 식당 손님 줄고 택배 배송 늘어”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강정의(61·석문면 장고항2리) 씨가 바다로 향한다. 고요한 적막 가운데 파도를 가르는 배 엔진소리로 강 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배에 오를 때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깊은 바다에서 물에 젖은 그물을 길어 올리는 일이 꽤나 고되지만 그를 지금까지 버티게 한 건 오로지 가족이다.
석문농협 삼봉지점에서 근무하는 손유미(33) 계장이 빈집털이범으로 인해 600만 원을 도난당할 뻔한 고객의 재산피해를 막아 당진경찰서로부터 표창을 받았다.지난달 5일 오후 3시50분 경 20대 중반 남성이 삼봉지점에 찾아와 600만 원이 담긴 통장과 도장을 손 계장에게 주며 “아버지 심부름으로 통장에 있는 전액을 인출하러 왔다”고 말했다. 해당 통장을 본 손 계장은 통장 주인이 삼화리에 거주하는 A씨라는 것을 알고, 남성을 수상하게 생각했다. 손 계장은 지난 7년 동안 통정리에 있는 석문농협 본점에서 근무한 가운데, A씨는 본점을
순성면 봉소리에서 양송이버섯을 재배하는 신동혁 씨가 지난해 4월, 8년 동안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직장인에서 농부가 된 그는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느라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설렘과 기대, 근심과 불안 등 여러 감정들을 동시에 안고 지내는 그는 늦은 밤 눈을 붙여도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면 바로 양송이버섯 재배사로 향한다. 그는 이런 생활이 힘들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한다.“부모님께서 더운 여름날 뜬모를 심으면서 학생인 제게 ‘너는 열심히
“참 어렵게 찾은 사투리가 있어요. 분명 어릴 때 썼던 말인데 지금 생각하려니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사람들 쫓아다니면서 물어봤죠. 그때 누가 탁 던지더라고요. ‘왕바지’ 아니냐고!”초가집의 이엉을 묶기 위해 추녀 끝 양쪽 서까래를 고정해 놓은 가늘고 긴 막대를 ‘왕바지’라고 불렀다. 더는 초가집에서 살지 않는 시대가 오면서 왕바지라는 말도 우리 입에서 오르지 않게 됐다. 당진 사투리 수집가인 조일형 씨는 “말에도 수명이 있다”며 “언어도 태어나서 번창하다 소멸된다”고 말했다. 소멸하는 사투리들을 보며 안타까웠던 조 씨는 잊혀져가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던 것처럼, 어린 시절 김종득(석문면 교로리, 68세) 씨의 꿈 또한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많은데다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거나 실험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일흔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때로는 사업에 실패해 큰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고, 어떨 때는 다치거나 죽을 뻔한 위기도 넘겼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발명’은 그의 취미이자 놓을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조류발전장치를 제작해 특허까지 받았다. 남달랐던 어린 시절 195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