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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산]한북 정맥의 꽃 “명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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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억새 옆으로 다가가 흔들리는 연유를 귓속말로 묻지만 억새는 술취한 건 아니니 어서 가게나 한다

기암괴석의 수려한 경관과 단풍의 아름다운 조화가 돋보이는 명성산(922.5m). 이 산은 단풍의 현란함을 제쳐 놓는다고 해도 기암의 풍치는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 오대 명산중의 하나다. 마의태자와 궁예의 한많은 사연이 숨겨져 있는 산이기도 하다. 누에의 형상을 닮은 산세는 수림과 암릉을 마치 수놓은 듯하며 자인사 뒷산에 암봉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돌아가는 절경은 연화와 흡사하다. 아늑하고 포근한 지형은 전면으로 산정 호수를 감싸안고 건너 망무봉이 보이는 천하의 명당이 이곳이다.
신라 말 풍수지리 참설의 대가인 도선대사는 장막을 두른 듯한 앞 뒷산의 형상은 문신과 재물이 쌓인 형국이며 앞산은 가히 붓으로 그려내기 어려운, 섬세하기 비길 데 없는 조산의 귀봉이라고 도선비기에 전한다.
산안 고개를 기점으로 시작한 등산로는 5분 거리의 좌측의 등산로를 따라 25분 거리를 20m에 이르는 폭포를 만난다. 폭포를 안고 우측위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암반이 비스듬하여 비가 온 후나 물기가 있을 때 매우 위험한 길이다. 마주오는 사람과 비껴가기 힘들며 절벽위에 떠있는 듯하여 간담이 서늘해진다. 폭포는 온 산의 물을 한곳에 모아 검푸른 암반을 타고 옥색 비단필을 펼쳐놓은 듯 장중하게 소리내며 쏟아진다.
산행길은 너무 한적하여 적막감마저 감돈다. 한잎 두잎 떨어진 낙엽은 애처롭게 느껴지며 단풍사이로 새어 나온 햇살은 얼굴을 스쳐가니 눈부실 정도다. 등산로는 계곡으로 이어지는 큰 바위가 많은 험준한 길이다. 가파르고 힘겨운 길을 시간반 정도 오르니 계곡을 지나 정상에서 뻗어 내리는 주 능선과 만난다.
좌우를 살펴보아도 조망이 시원치 않다. 멀리 남쪽에 제법 다른 봉우리와 차별을 느낄 수 있는 삼각봉(903m)이 보인다. 능선길은 흙길이다. 느슨함과 산의 정취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산길을 오르니 정상에 이른다. 탁트인 조망은 동쪽으로 상해봉, 광덕산, 국망봉이 시원스럽게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고 정상에서 뻗어 내려간 등산로의 동북사면은 부드럽다. 억새의 소박함과 산소 같은 멋을 자랑하는 남서면의 급격한 능선은 단풍의 화려함과 기암의 오묘함까지 있다. 가을 산의 좋은 것을 두루 겸비한 자연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산이다.
30여분 거리의 봉우리를 돌아서서 6m의 직각으로 떨어지는 암벽을 로프를 타고 내려서니 능선 따라 동사면 평전에 억새 군락지가 1㎞가량 이어져 있다. 초록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초원지대가 시원스러운 조망과 함께 장쾌하게 저 멀리까지 펼쳐진다.
바람은 억새 옆으로 다가가 흔들리는 연유를 귓속말로 물어보지만 억새는 술 취한 건 아니니 어서 가게나 한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지나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장관이다. 하늘거리는 억새로 뒤덮인 부드러운 능선을 지나려니 백마를 연상케 하는 산이 자기의 사랑스러운 애마를 옆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잔등은 너무 유연하여 금방이라도 달려갈 것만 같다. 애마의 잔등 같은 능선을 가볍게 밟고 급경사를 내려서니 평전은 넉넉함을 보여주며 우측에 하산길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그 길을 버리고 능선 끝으로 내려서니 우측으로 유연하게 구부러진 길은 주 능선으로 이어지는 경사길이다. 길은 다시 돌 길 능선으로 이어지다 안부에서 우측 길을 따르니 거기에는 로프가 설치되어있고 산정호수가 발아래 보이는 상상을 초월한 급경사다. 끝이 보이지 않으며 한발 움직이는 고도가 50㎝가량 낮추어진 듯한 절박감을 주는 돌길이다. 30여분 내려서니 부처님의 후덕함이 있는 자인사가 보인다.
대웅전을 비롯한 커다란 요사체와 당우가 너무 잘 가꾸어진 사찰을 만난다. 전방은 시원스러운 경관과 아늑함을 주고 뒷산의 거대한 두 봉의 귀봉의 수려함은 포근함이 있으니 풍수지리설의 문외환이라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 명당은 이런 곳이 아닐까? 내 가느다란 필설로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절경을 접하며 천하의 명당을 돌아선 발길은 나도 모르게 자꾸 고개가 돌아가고 또 돌아가니 조용히 터져 나오는 극찬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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