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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볼만한 산]남악의 성산 무등산

당진시대l승인2002.01.14 00:00l(4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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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낮아도 골은 깊으니 천·지·인 삼라만상에 등급이 없어 무등산이라
산이 높으면 그 골 또한 담다르기 마련이지만 산이 낮아도 깊은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에게 소담하면서도 친근감을 주며 천·지·인 삼라만상의 모든 사물에 등급이 없다하여 이름도 무등산(無等山, 1186,8m)이라 하였다. 호남정맥의 뫼 산자 중앙에 위치하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원추형의 육산인 이산은 예로부터 호남 제일의 요충지로,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 풍요로움과 위안을 주는 산으로 명인 탄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 산을 배경으로 호국 충열사들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임진왜란과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호국의 뜻을 닦았으며 민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높으면서도 그 높이를 느낄 수 없는 묵묵함과 친근감으로 웅장하면서도 시원스러운 조망이 매우 뛰어난 아름다운 산이다.
무등산의 삼대 석경인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는 원상 그대로의 자연이지만 흡사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다듬어 놓은 것 같은, 신전 기둥을 연상케 하는 주상절리가 총총한 금강산 총석정 일대의 해석단애와 흡사함을 느낄 수 있는, 태고의 신비감이 살아 숨쉬고 있는 희귀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참으로 재미있는 지명은 무등산, 중머리재, 바람재, 백마능선, 그 다정한 이름 또한 무릎을 칠 정도로 산은 우리에게 정감을 준다.
신은 넓은 대지위에 높은 산 하나 없는 아쉬움에 자꾸 흘러내리는 흙을 손으로 쓸어 올리고 또 올려서 날렵하고 장대한 산을 만들었겠지만 시야가 가린다는 산신의 말을 듣고 추궁이 두려워 몸으로 가리려다 살짝 눌러버린 듯한 산이며 무지개를 뿜어내는 아름다운 돌산이라는 뜻으로도 부르는 무등산! 초겨울 한적한 등산로에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니 잊었던 옛 추억에 더욱 공허함을 느낄 만한 소소한 길이 이어진다.
바람재와 중머리재의 안부에서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려니 불현듯 태조 이성계의 일화가 뇌리를 스쳐간다. 주위를 살펴보니 아리따운 아가씨 하나 없음을 느끼며 중머리재를 향하여 길을 오르니 한여름의 청초하기만 하던 푸른 잎새들은 어느덧 다갈색으로 그 잎이 퇴색되어가며 시간이 못내 아쉬운 듯 지난 세월을 향하여 자구 손짓하는 듯하다.
억새길을 따라 오르니 하얀 깃털을 좌우로 흔들며 귓속말로 속삭이듯 사그락 사그락 무슨 말을 건네오니 발길을 멈출까도 생각하였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산자락을 돌아 중봉을 바라본다. 시원스러운 백마능선은 유연스러운 여인의 허리결 같은 부드러운 선으로 다가선다. 고삐만 잡으면 저 멀리 구름 위에 떠있는 지리산의 반야봉과 천왕봉으로 달려갈 듯한 능선을 지나니 입석대와 서석대가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선다.
무등산의 비경인 입석대는 예로부터 가물 때나 전염병이 만연할 때 제를 올리는 신령스러운 곳이며 수많은 세월동안 바람이 불면 넘어질 듯 애처로운 모습을 보여 왔으며 돌기둥의 중간 중간 허리가 잘려져 그냥 포개놓은 듯한 형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과 혹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느껴지는 대자연의 오묘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장불재에서 800m쯤 되는 곳에 성스러운 돌산이란 뜻의 서석대가 있다. 저녁노을이 들 때면 수정처럼 반짝인다 하여 수정병풍이라 부르기도 한다. 입석대를 돌아 서석대로 오르는 길에는 전혀 다른 세상의 오묘함이 있다. 마치 폐허된 신전의 고즈넉한 느낌과 군데군데 무너져 내린 기둥을 연상케 하는 수직절리가 땅에 묻혀 주추처럼 보이며 많은 바위군과 넓은 초지는 여느 산에서 느낄 수 없는 다정한 정감을 준다. 무등 삼봉이라 부르는 천왕봉, 지왕봉, 그리고 인왕봉은 각기 다른 세개의 봉우리를 이루고 있으며 천왕봉은 하늘을 찌를 듯한 위용을 자랑하며 지나간 산사람들의 시선을 한군데 모으며 탁트인 조망은 그 명성대로 탄성을 자아낼 만한 산이다.
삭발한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는 중머리재는 산 사면에 나무 한 그루 없는 듯하니 그런 지명을 주었겠지만 우스꽝스러운 지명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중머리재에서 30분 가량 내려서니 초겨울의 정취를 실감할 수 있는 낙엽 진 가지사이로 푸르게만 보이는 소나무 숲은 푸르다 못해 검푸른 청초한 모습으로 다가서며 그 길을 지나려니 향긋한 솔 향기가 또한 다정한 정감을 준다.
무등산은 참으로 다채롭다. 산 아래는 단풍이 절경을 이루며 산중턱에는 백설이 만연하니 사계절 언제 보아도 한없는 아름다움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박 대 희 / 당진신협산악회 전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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