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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6.01.22 00:00
  • 호수 108

[진단] / 3년째 난항겪는 군립공설공원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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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묻힌 묘지도 혐오할 것인가


- 장묘관행 지키며 토지도 절약-공설공원묘지가 대안
- 그러나 2년간 공청회 한번없이 주민.행정 등돌려

94년 당진군은 군이 직영하는 군립공설공원묘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각읍면에 산재해있는 소규모 공동묘지들을 정비하고 묘지로 인한 더이상의 무분별한 토지잠식을 막기위해서였다.계획한 규모는 약 5만평이었고 94년부터 97년까지 4개년간에 걸쳐 40억4천4백만원을 투입해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계획은 94, 95년이 지나는동안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파란만 남긴 채 96년으로 해를 넘기고 말았다.
답보상태에 놓인 채 햇수로 3년째를 맞고 있는 군립공설공원묘지 문제는 좁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분묘를 선호하는 전통생활양식, 행정의 미온적인 태도와 혐오시설에 대한 주민반대, 행정과 주민의 불신등이 총체적으로 얽힌 대표적인 문제이다.

전통과 국토을 다 지켜야한다

묘지문제는 당진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땅덩어리는 좁고 제한돼 있는데 매장을 선호하는 장묘관행으로 묘지가 속속들이 국토을 잠식해가고 있다.
반면 생활공간의 확대로 국토는 끊임없이 개발되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보사부 자료에 따르면 90년말 현재 우리나라 분묘수는 1천9백만기, 규모는 서울의 1.6배에 달하는 1천km2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매장선호의 장묘관행’이다. 게다가 종교.지역사회단위로 매장이 선호되는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개인과 가족단위의 선산이 곳곳에 흩어져 문제가 크다.
그런데 한국토지행정학회장 김태복 교수의 말을 빌면 우리나라의 매장관행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매장관행은 조선조 성종때 강제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고려시대까지는 화장관행이 성행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묘지문제는 전통적 관습으로서 조상의 묘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전제아래 한뼘도 생산할 수 없는 토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는가 하는 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때 사설법인 묘지의 허가는 통제되어야 한다. 큰돈을 받고 땅을 파는 사설묘지는 또다른 면에서 국토이용의 남발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공설묘지 필요성은 폭넓게 공감

이제 한창 개발의 선상에 있는 당진군으로서는 산재해있는 공동묘지를 정비하고 앞으로 닥치는 묘지수요를 군공설묘지로 수용하여 개발에 지장없이 토지를 관리하는 것이 필수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서민들이 큰부담 없이 떳떳이 조상을 모실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현행 사설법인묘지들은 입주비가 터무니없이 비싸 결국은 불법적이거나 퇴행적인 개인분묘를 쓰게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군립공설공원묘지는 이런 취지로 볼때 정당한 것이다. 주민들 또한 원칙적으로 이 시설의 필요성을 폭넓게 공감하고 있다.

집단이기주의와 군의원의 사심

그러면 무엇 때문에 이 계획은 한걸음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가.
현재 군의 묘지현황을 보면 송악에 9군데, 순성에 7군데등 60여개의 공동묘지가 산재해 있으며 그곳에 3만6천기 가량의 분묘가 매장돼 있다. 개인선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군에서는 총괄적으로 봐서 앞으로 10년이상 이 공동묘지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당장 송악(579기), 신평(787기), 면천(695기), 석문(271)면등은 앞으로 매장 가능기수가 수백기에 불과해 빨리 대안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는 실정이다.
군은 94년 당초 정미면 도산리, 대호지면 출포리, 사성리, 도이리, 송악면 가교리, 순성면 성북리등 관내 후보지 7군데에 대한 현지답사를 실시했다. 이때는 이미 당진군의회에서도 공설묘지설립특위(당시 위원장 이재천)를 구성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비답사과정에서부터 주민반발에 부딪혔다. 군의원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공무원들로부터는 후보지 출신 군의원이 정보를 흘려 주민반발을 부추겼다는 눈총과 면주민들로부터는 군의원으로 뽑아줬더니 혐오시설 하나 막지 못한다는 질책이었다.
한마디로 ‘내 지역에는 절대 안된다’는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와 이에 가세한 일부 군의원의 사심이 원인중의 하나였다. 때마침 가칭 안덕공원의 사설묘지문제가 터져 반대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엉뚱하게 공설묘지까지 싸잡아(?) 반대대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군의 추진의지에 아직도 의문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미온적인 행정과 행정에 대한 심각한 불신에 있다. 군이 과연 추진의지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인철 군수 당시 안덕공원에 공동묘지 사용시한이 5년밖에 안된다고 의견제시해줌으로써 사설묘지조성을 은근히 부추겼던 점, 구체적으로 주민설득대책과 계획을 세우지 않은 점등이 그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군은 주민반대를 이유로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주민의 입장으로 한걸음 물러서서 분석하고, 열린 자세로 추진하는 성숙함이 행정당국에 먼저 요구되는 점이다. 또 공설공원묘지가 종전의 공동묘지와는 다른 공원화 시설이라는 점을 납득시키기 못해 혐오시설이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한 것 역시 군의 책임이며 이는 공청회등을 통해서만 해소될 수 있는 일이다.
군은 거듭되는 주민반대로 결국 95년 5월 공설묘지조성을 사실상 유보하고 성북리 기존 공동묘지를 정비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주민반대에 부딪쳐 뾰족한 대안없이 이 사업은 96년도로 넘어왔다.

모든 시민의 마지막 휴식공간으로

묘지문제가 적극 해결되려면 당진군이 주민의 영원한 안식처를 책임진다는 정책이 필요하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묘.가족묘는 자치단체만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설묘지가 외면받은 것은 행정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군 공설묘지에 대한 위상승격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난하고 없는 자의 무덤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마지막 휴식공간으로서 모두가 평등하게 영면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성격이 부여되어야한다.
이 역시 행정이 노력할 몫이다. 이런 자세가 아니라면 기존 공동묘지를 선택해 정비하려는 군의 새로운 계획 역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시장.군수가 묻힌 자치단체 묘지에 일반 주민도 기꺼이 묻히길 원할 것이고 그러한 공간을 주민이 혐오할 리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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