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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6.02.12 00:00

기획진단 /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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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합병, 어떻게 되고 있나

- 읍면조합들 원칙은 공감, 실행은 반감
- 중앙의 촉진법 앞두고 자발적 논의 성숙돼야


시대가 바뀌면서 농협의 지위와 역할도 바뀌고 있다. 조합장 직선제로 민주농협이 깃발을 올렸고 94, 95년 농협법이 개정되어 조합원의 지위와 역할도 대폭 개선되었다.
개정된 농업협동조합법 제2장에는 다음과 같이 지역농협의 목적이 기술되어있다.
'지역조합은 조합원의 농업생산력의 증진과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절 제14조). 지역조합의 목적은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닌 것이다.
농협은 특히 96년도를 '지도사업개혁의 해'로 선정, 신용사업에 치우쳐있던 농협의 사업을 고유의 목적대로 ‘생산지도 및 교육사업’으로 비중을 옮기기위해 분발하고 있다.
안팎으로 아직도 농협의 비정체성(협동조합다운 조합이 아니라는)에 대한 비판이 여전하지만 농협 관계자들의 말처럼 한술밥에 배부를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오히려 농협은 지금 대외적인 여건의 폭풍같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튼튼한 경영구조의 확립을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규모의 경제'통한 경쟁력확보

여건의 변화란 말할것도 없이 금융시장의 개방과 농산물 수입개방이다.
이에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은 우선 농협경영의 비효율성을 과감히 정비하는 일이며, 이는 12개 읍면에 분산되어 중복적으로 수행되는 농협업무를 간소화,대형화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게 농협안팎의 중론이다. 말하자면 '튼튼한 조합을 중심으로 지역조합을 합병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합병으로 인한 기대효과로는 여러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 자본의 집중및 시설의 통폐합으로 경쟁력 있는 경제사업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시설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채산성이 높아져 조합원 실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또 시설규모화로 대량판매, 대량구매의 잇점과 분업의 잇점으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자본,자금의 집중으로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지역농업개발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어 농업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가령 당진군 종합개발계획, 농업개발계획과 맞물려 광역단위 개발투자를 서두를 수 있다는 것.
세째, 조합임원의 감축으로 경비가 절감되고 감축된 임원은 전문분야별로 재배치돼 조합원에게 전문적인 봉사가 가능해진다는 것등이다.
과거사례로 볼 때 3개 읍면이상으로 합병된 조합은 65.9%가 복지농협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통계(1개 읍면단위 18.5%)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94년 논의 백지화된 상태

이 '농협합병론'이 당진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94년초. 당시 '관내 12개의 조합을 광역단위로 묶어 4개의 조합으로 합병'하자는 농협군지부의 초안은 일선 조합장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혀 총의에 부쳐지기도 전에 백지화되고 말았다.
지금은 아무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군지부에서도 일선조합내에서 정서적인 공감대가 자발적으로 형성될 때까지는 이 문제의 재론을 유보하기로 한 듯하다.
군지부의 박모 간부는 '설령 합병이 중대사라 해도 강요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합장과 임원들이 합병의 당위성과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평이다. 다만 시기와 방법이 문제라는 것.
12개 읍면 조합장으로 구성된 농협운영위원회의 이영문(신평농협조합장) 위원장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합병이 되기는 돼야할 것'이라고 말해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현재 중앙회 단위에서는 소규모 지역조합들을 합병,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높이기위해 합병추진계획을 세우고 합병대상 조합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등 합병을 유도해나가고 있다.
합병조합에 대한 지원사항을 보면 소멸조합당 3~7억의 합병지원자금을 8년간 지원하며, 상호금융 경영활성화 자금 1억원도 5%금리로 3년간 지원한다. 이외에도 1억원의 조합상호지원기금, 품목별 영농지도원 3년 운용, 각종 자금우대, 지도사업비,직접사업비 대폭우대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지원책이 아니더라도 머지않아 합병의 원칙은 어차피 현실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중앙차원에서 가칭 '회원 농협합병 촉진법'을 마련해 입법시행을 예고중에 있기 때문이다.

합병추진 안되는 이유

그런데 이같은 적극적인 합병유도정책과 원칙을 인정하는 가운데서도 합병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 이유는 우선 흡수될 가능성이 있는 조합측의 소멸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 때문이다. 합병은 모조합을 중심으로 인근 몇개 조합이 지소단위로 격하되는 걸 뜻하기도 한다. 게다가 95년 법개정으로 합병은 전조합원의 동의를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거부감은 합병이 궁극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으로 조합원의 복리,소득증대로 이어진다고 볼 때 거시적인 안목에서 뛰어넘어야할 문제이다. 오히려 이 거부감을 뛰어넘지 못하는 원인은 조합원 이전에 딴 데도 있다.
“조합원은 교육을 통해 설득할 수 있지만 일부 임원의 불안감이 이것을 가로막고 있다. 이 불안감은 농협을 농민조합원에 봉사하는 기관이라기보다 자신의 직장이라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데서 오는 것 같다”
이것은 ㅇ농협의 조합원 이모(39세)씨의 말이다.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는 또 하나의 원인은 합병선정기준에 해당하는 '조합원수 1천명이하의 조합'이나 '적자조합'이 한군데도 없다는 사실이다.
'조합합병이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생활에 큰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조합'이라는 또 하나의 선정기준은 구체성이 없는만큼 강한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95년 결산에서 관내 12개조합은 7%를 배당한 한 조합을 제외하고 모두 10%의 출자배당금을 조합원에게 지급할만큼 흑자를 올렸다.
물론 이 흑자는 안정적인 경영노력이 가져다준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달리 해석하면 농가소득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과감한 투자와 사업시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협동조합 취지살려 논의기대

현재 12개 지역조합체제가 나름대로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읍면단위로 결속돼 조합원간의 일체감 형성도 쉽다.
그러나 이 체제가 업무의 중복, 사업의 중복, 투자의 중복을 낳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사업과 투자의 성과 역시 조각조각 분산되고 있다.
가령 미곡종합처리장은 현재 합덕, 송악, 고대에 시설되어 있고 우강, 신평이 진행중이며, 머지않아 면천, 순성이 합자로 건설할 예정이다. 하나를 건설하는데 26억씩 자그마치 156억(자담 20%)이 분할 투자되고 있는 셈이다. 분할운영에 의한 비용부담도 막대하다.
이러한 체제로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하다. 이런 인식에도 불구, 아직 내부적인 합병여건이 성숙되려면 멀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것이다.
어쨌든 중앙회는 2천년까지 전국 1천4백개의 조합을 5백개로 축소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앙의 힘에 떠밀리기전에 지역조합차원에서 먼저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합병논의를 활성화해야 할 것으로 본다. 결론이 어떻게 이끌어지든 그것이야말로 작은 이해관계를 넘어 대의를 지키는 협동조합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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