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를 들다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썩었고 오래 썩었다 발효된 내 거대한 심동에 묵은 찌꺼기 누추하다 나는 속썩은 인간으로서 냄새를 피웠고 말 대신 게거품을 물었다 몸속 어디에 포도송이 꽉 찬 포도밭이 있는지 넝쿨이 굽은 뼈처럼 뻗어나온다 마음의 서쪽, 붉게 취한 노을 어룽거려 찔끔, 눈물도 나온다 이 머리통, 나도 생각하는 사람이라 여기, 어디에 道界는 있는지 술 한잔 돌리면서 내가 귀의한 세상에서 할 말이 있다면 내가 세상을 술잔처럼 돌리고 싶다는 것이다 한잔의 순환을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포도주를 들다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썩었고 오래 썩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