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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볼만한 산]천혜의 “조령산”

나신이 누워있는 듯 눈덮인 능선, 그 아름다운 절경은 발길을 당진시대l승인2002.03.15 00:00l(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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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 희
당진신협산악회 전임회장

‘천혜의 요새이며’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아침 햇살이 포근한 조령산(1017m)은 백두대간의 하단부에 위치해 있다. 동으로 문경시와 서쪽으로 괴산군, 그리고 남에서 백화산을 시작으로 북으로 조령산과 마패봉까지 부드러운 활처럼 휘어진 능선은 다시 동으로 부봉을 거쳐 포암산에 이르는 대간에서 비교적 험준한 산맥이다.
암반 등반에서부터 그 여느 산에서도 느낄 수 없는 등산로는 선택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는 변화가 많은 산이며, 이화령 휴게소에서 경상북도 표지석 북쪽으로 해발 530m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는 ‘아침 햇살과 함께 솟아오른 듯한 산록’에 온통 흰빛으로 물들인 백설이 맑은 햇살을 받아 유리알처럼 영롱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북서풍을 등지고 서있는 봉우리는 한 겨울에도 포근함을 준다.
백설이 만연한 산을 오르니 등산길이 눈 속에 묻혀 발길은 자연스럽지 못하며 수많은 세월이 만들어 놓은 너덜지대를 흰눈은 어머니의 가슴인양 포근히 감싸며 부드러움으로 승화시킨다.
은빛으로 도열한 참나무 숲을 지나, 757봉의 산허리를 돌아 약간 오른쪽으로 휘어진 길을 오르니 나지막한 능선이 바람을 막아주어 활기를 찾는 듯하며 그 길을 따라 주능선 안부에 이르니 휘바람 소리에 가까운 세찬 바람과 눈덮인 경사길을 찾아온 길손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듯하다. 또한 양지바른 억새밭 한가운데 목마름을 달래주는 조령샘이란 팻말과 맑은 식수가 눈속에 묻혀 반긴다. 한숨을 돌리려고 물 한모금 마시려니 늙은 능수버들이 흰눈을 가지에 얹고 바람에 넘어져 샘을 지키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북쪽 산마루에 접어드니 소나무와 잣나무 위에 소복이 쌓인 백설은 더욱 푸른빛을 발하며 그 청초한 자태가 아름다웠으며 또한 콧등을 건드리며 다가오는 솔바람 향기는 야릇한 정감을 준다. 남사면의 급경사인 솔밭과 잣나무 길을 지나려니 밑동에서부터 가지친 수령이 오래된 참나무숲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넓은 낙원을 이루고 있다. 빗물 머금은 잎새들은 햇살을 받으며 세월이 못내 아쉬운 듯 바람 따라 하늘거린다.
하늘에 닿을 듯한 흰빛 능선을 오르니 조령남봉이다. 넓은 정상은 눈이 무릎까지 쌓였으며 시원스럽게 뻗어내린 능선은 은빛 찬란한 물줄기에 산자락을 담그고 있다. 설경은 온 산록의 능선마다 은은한 녹색선을 이루며 산사면은 흰빛 점선으로 이어지니 녹담만설의 다채로운 모습을 한눈에 보는 듯하다.
아름다운 절경에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기니 숲속의 눈덮인 능선은 마치 나신이 누워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하며 유연한 허리선같은 능선을 내려선 듯 다시 밟고 오르니 정상이다.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한 주흘산과 장엄한 산세가 병풍을 두른 듯 장관을 이루며 선계처럼 다가오는 북사면의 경관이 남쪽과 사뭇 다르며 허공을 찌를 듯한 기암괴석과 백설의 조화는 겨울산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하산길에 접어드니 매서운 설한풍이 온몸을 역습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들은 몸부림치며 소리내어 하늘을 휘젓는다.
눈덮인 급경사는 한발만 잘못 디뎌도 한없는 추락으로 이어질 것 같은 칼등 능선과 온몸의 힘이 엄지발가락으로 쏠리는 바위길이다. 위험을 느낄만한 길이지만 시간 때문에 그 길을 향하나 50도의 급경사는 200m에 이른다. 눈속에 묻힌 로프를 찾아 내려서니 눈이 무릎까지 차오르며 러셀자국이 없는 길은 눈이 없을 때도 위험한 길인 듯하다. ‘찍’하는 아이젠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어본다. 이것이 설산의 운치인가. 넘어지기를 수차례, 이제 웃는 것조차도 잊었다.
하산을 시작한 지 2시간 가량 지나니 고려 숙종 때 축성하였다는 1관문과 2관문의 중간지점인 원터 부근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향했던 충청·영남 선비들의 발자취가 담겨있는 길에 흰발자국을 만들며 상초리 마을에 이르렀다. 이제는 추억의 그림자로 사라져버린 그 자리는 제국의 아침이라는 드라마 촬영장으로 변해있었다. 지난 세월의 추억이 담겨있는 상초리 마을을 바라보니 지금은 고인이 된 분이 들려주었던 선비들의 애달픈 사연과 조령산의 전설, 그리고 대동아전쟁 당시 퇴각던 일본군의 금괴이야기가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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