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농협의 명순옥(42세) 여성부장은 요즘 몸이 몇개 더 있어도 부족할 지경이다. 17일부터 신청자 접수를 받고 있는 합덕농협 제3기 주부대학이 머지않아 시작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입시를 치른 고3 딸을 돌봐주지 못한 미안함이 마음에 가득하지만 내색할 수 없는 형편이다. 어쩌면 이런 것이 여성이 놓인 엄정한 현실이 아닌가 곱씹어볼 뿐이다. 이번에 모집하는 주부대학생수는 120명. 대부분 세대주가 남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조합원은 남성이 대부분이고 여성조합원은 전체의 조합원수의 20%에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농협에서 주관하는 주부대학은 반드시 여성 조합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조합원 가족과 비조합원이라 할지라도 농협에 인연이 있는 사람은 다 참여할 수 있다. 농협이 추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지역사회에 다양한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조합원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합덕농협의 주부대학이 처음 문을 연것은 91년 10월. 명부장이 지난 90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주부대학을 시작부터 함께 해 온 셈이다. 농사일로 바쁜 부녀농민들을 만나려면 천상 ‘야간좌담회’를 통할 수밖에 없어 가정일이 소홀해지는 것이 가족들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명부장은 팔순 노모와 남편 박종욱(49세)씨, 5남매에 시누이까지 모두 아홉식구를 뒷바라지하는 억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