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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5.03.06 00:00

아이의 글쓰기를 도와주는 부모의 자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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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꾸며 쓰지 말고 솔직하게 쓰도록 합시다

“창피해서 이건 안 쓸래요”


아이가 서너 살 쯤 되어 눈치도 빤해지고 어느 정도 말도 자유롭게 할 때쯤 되면 뻔히 자기가 잘못한 일도 “내가 안 그랬다”고 하는 걸 봅니다. 어떤 아이는 유치원에서 먹기 싫은 간식을 몰래 의자 밑에 버리고 나서 누가 그랬냐는 선생님 물음에 자기가 안 그랬다고 우겼습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본능적으로 두려웠기 때문이겠죠.
요즈음은 폭력적인 비디오나 불량 만화영화 같은 영상매체의 영향으로 아이들을 키우기가 더 어렵고, 또 그 피해가 알게 모르게 우리아이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논란거리야 많겠지만 문제는 그러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해서 바르게 교육하느냐’일 것입니다. 어른들 속담에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이들도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자기를 부풀려서 과시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부끄럽거나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감추고 싶어 하고 자기방어를 합니다. 아이들이 자랑스런 얘기는 얼른 쓰지만, 좋지 않은 자기 얘기가 들어가야 할 것 같으면 아예 다른 내용으로 쓰는 것을 몇 번 보았어요.
그런데 바늘도둑이 소도둑되기도 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부끄러운 일도 솔직하게 쓰고 자기 생각도 있는 그대로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여기도록 하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머리가 커질수록 자기도 모르게 꾸며 쓰는 내용의 깊이나 범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글쓰기 교실에서 만나는 조금 큰 아이들의 경우 앞 부분에서는 형이나 동생하고 죽기 살기로 싸운 이야기로 되어 있다가 뒷부분에 가서는 도덕교과서 결론처럼 잘못했다고 느껴서 화해했다는 끝맺음이 많습니다. 정말로 그때 그렇게 느꼈느냐고 물어보면 아니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글을 쓸 때도 자기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참된 용기이고, 가장 좋은 글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꾸밈없이 자기를 드러낼 때만 글 쓴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감동을 주게 마련입니다. 마치 살아있는 싱싱한 자연의 꽃과 살아있는 것 같지만 생명이 없는 조화의 차이처럼 꾸며 쓰는 글은 영혼의 건강한 성장도 가로막고 결코 좋은 글도 쓸 수 없게 만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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