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수업을 마치고 하교할 시간이 되자 합도초등학교 3학년1반 교실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마음엔 벌써 마구 뛰어 놀 운동장과 파릇한 들판이 한가득이다. 아이들의 종알거리는 입은 좀처럼 멈출 기색이 없다.
종례를 하기 위해 교단에 선 이효석 교사는 난데없이 동요를 부른다.
“머리, 어깨, 무릎, 팔, 무릎, 팔…….”
그토록 떠들던 아이들은 어느새 앙증맞은 율동과 함께 한 목소리로 동요를 따라 부른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은 이교사에게로 모여진다. 이것이 이교사가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방법이다.
담임선생님을 취재하러 왔다는 말에 아이들은 개나리 같은 손을 번쩍 쳐들고 저마다 한마디씩 하기에 바쁘다.
-반장 윤웅성 어린이 : 우리선생님은 우선 잘 생기셨고요, 음…… 우껴요, 헤헤.
-부반장 노경민 어린이 : 수업을 재밌게 하고요, 잘 해줘요(귓속말로 : 여자아이들에게 특히 더 그래요!)
-주혜인 어린이 : 칭찬을 잘 해주세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이화영 어린이 : 숙제를 조금만 내주니까 좋아요, 풋.
-이영천 어린이 : 멋진 척을 잘 하세요. 실제로도 멋지고요.
-윤대헌 어린이 : 공부를 쉽게 가르쳐주고요, 뭐든지 잘 하시니까요.
예산에서 태어난 이 교사(27세)는 공주교대를 졸업한 후 올해 처음으로 합도초등학교에 부임해 3학년1반의 담임을 맡아 31명의 아이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 교사가 교직에 몸을 담게 된 이유는 남다른 데가 있다.
“사춘기 때일 거예요. 대부분 막연하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구체적으로 교사가 돼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교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했던 거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는 31명의 아이들 앞에 처음 섰을 때의 느낌을 이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답답하고 부담스러웠고 막막했죠. 미성숙 단계이지만 저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잖아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눈높이를 낮췄어요. 그랬더니 금방 친해지더라구요.”
이 교사는 자신의 교육을 통해 받아쓰기를 못하던 아이가 일기를 꼼꼼히 써오거나 학습부진아가 어느새 구구단을 외우게 됐을 때에 교사로서의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텃밭에서 김을 매는 할머니를 돕다가 수업에 늦는 천진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교사는 “아이들과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된 하나의 공동체가 되고 싶다”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아이들의 가슴속에 꿈틀거리는 꿈을 발현시키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