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죽음의 시간 넘어 살아온 동생 - 이문희 할머니(송산면 송석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헤어진 동생과 상봉 앞둔 이산가족 이문희 할머니

“죽음의 시간 넘어 살아온 동생”

50여년전 헤어진 동생과 상봉 앞둔 이산가족 이문희 할머니
동생 문식씨 전쟁 중 의용군으로 나가

“꼭 죽은 줄만 알았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0월27일 북측 이산가족 명단에 동생 문식씨가 포함된 사실을 인천에 사는 사촌동생에게서 전해들은 이문희(82세, 송산면 송석리) 할머니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듯 몇번을 다시 확인했다. 신문지상에서 동생의 이름을 발견한 이 할머니는 그제서야 동생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었다.
반세기 전인 지난 1950년 당시 이 할머니는 고향인 고대면 슬항리를 떠나 송산면 송석리로 출가한 상태였다. 농사를 짓던 부모님은 2남2녀를 두었는데 오빠인 문복씨는 농사를 지었고 이 할머니와 바로 아래 동생 목닥씨는 출가한 상태였다. 당시 막내동생인 문식씨는 중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문식씨가 17살의 어린 나이에도 무척 점잖았던 착한 동생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전쟁은 농촌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한 가족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고야 말았다. 인민군 점령기간 중 동생 문식씨는 슬항리 한 마을에서 다른 2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의용군으로 나가게 됐다. 이것이 동생 문식씨와의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도 문식씨를 포함한 마을 젊은이 3명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이 할머니의 가족은 문식씨가 죽은 줄로만 알고 평생을 비통에 젖어 살아야 했다.
특히 큰 오빠 문복씨가 일제시대 때 노역자로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온갖 고생을 하다가 돌아온 터라 부모님의 상심은 더욱 컸다. 문식씨의 일이 가슴에 커다란 상처가 됐는지 어머니는 남은 평생을 심장병에 시달리다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문식씨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 할머니는 이산가족 신청도 하지 않았고 각종 상봉 프로그램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헤어진 지 50년만에 꿈에 그리던 동생을 만날 수 있게 된 이 할머니는 요즘 부모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막내아들을 잃었다는 충격으로 평생을 고통속에 살다가신 부모님 생각을 하면 가슴 한쪽이 미어져 온다.
현재 골다공증으로 몸이 불편한 동생 목닥씨(여, 78세, 석문면 장고항리)가 어서 일어나 함께 막내동생 문식씨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이 할머니는 하루 빨리 상봉의 날이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