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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장 때부터니께, 한 30년 될 거여” - 야채행상 30년째 김옥상 할머니(송악면 가교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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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한 당진읍내 신시장 거리. 이곳엔 30년째 야채 행상을 하는 김옥상(62) 할머니가 있다. 삼복더위에 접어들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시기인데 김옥상 할머니는 잠시도 쉬지 않고 손을 놀린다. 부지런히 야채를 가다듬는 손길이 매우 능숙하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할머니의 이마엔 땀이 맺히고 옷은 땀으로 젖어버린다.
시장오거리에서 신시장쪽으로 들어오면 늘 보는 풍경이 좌판을 깔고 자리를 잡은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의 모습이다. 이 틈에 앉아 있는 김 할머니는 주위 할머니들의 강력(?)한 추천에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었다.
“내가 구시장 때부터 나왔으니께 한 30년 될 거여. 오래했지…”
처음에는 어려운 집안형편에 도움이 되기 위해 시작했으나 이제는 직업이 되어버린 야채행상이다. 김 할머니가 파는 야채는 오이, 파, 배추 등 밭작물과 직접 집에서 만든 열무김치, 배추김치 등이다. 대부분 서울이나 타지역에서 받지만 집에서 따오는 것도 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현재 송악면 가교1리에서 농사를 짓는 구자술 할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다. 외지에서 직장생활하는 3남매와 송산면 대상아파트에 사는 막내딸이 행상일을 만류하지만 김 할머니는 한푼이라도 더 벌어서 자식들에게 쓰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같은 장소에서 행상을 계속하고 있다. 행상 할머니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듯 김 할머니가 한마디 할 때마다 주위에서 딴죽를 걸거나 마구 웃는 등 난리법석이다.
지나가는 손님이 들를라치면 “이거 괜찮아, 맛없을 것 같다구? 맛없으면 내가 손해지. 맛없으면 안 팔리는 거 뻔히 아는데...”라며 이내 능숙한 손놀림으로 야채를 싸준다.
행상을 하며 가장 힘든 것이 군청에서 단속을 나올 때라고 김 할머니는 얘기한다. 김 할머니는 오랫동안 장사를 해서 설움을 누구보다 많이 겪었다. 물건을 잘 쌓아놓고 집에 가면 다음날 어느새 물건은 저쪽구석에 처박혀 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고, 장사를 못하게 막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동안 앉아서 있다보니 김 할머니는 허리가 매우 안 좋아졌다. 일어서도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할 정도이고, 이제는 다리까지 안 좋아졌다.
“이거 해서 돈은 크게 못 벌지만 빚은 안 져...”
김 할머니는 앞으로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행상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김기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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