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나같은 사람 도와주는 셈치고 싸게 파는 겨” - 정미면 풍미식당 김선정 할머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칼국수 한그릇에 2천원 ‘고집’

20여년 손칼국수 인생
정미면 풍미식당 김선정 할머니

“있으면 있는 대로 다 줘. 남는 게 없어도 배곯은 사람들에게 야박할 수야 있나. 요즘엔 품값은 고사하고 배추값도 안 떨어지지만 나 같은 사람 도와주는 셈치고 장사하는 겨.”
지난 3일, 맛있고 싼 칼국수집이란 소문을 듣고 정미면 천의시장 입구에 있는 풍미식당을 찾았다. 한참 손님이 몰린 점심시간, 밀가루반죽을 밀고 있던 김선정(66세) 할머니는 바쁜 중에도 손에 묻은 밀가루를 툭툭 털고 선풍기 방향을 돌려주며 객을 맞는다.
땀으로 등이 젖는 줄도 모르고 새콤한 쉰 김치와 함께 한 사발 가득 날라 온 할머니의 손칼국수로 허기를 달랬다. 칼국수 값은 고작 2천원. 만원짜리 지폐가 부끄럽게도 할머니는 8천원을 거슬러준다.
할머니의 손칼국수는 그냥 칼국수가 아니다. 할머니의 20여년 경력이 묻어있는,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에 할머니가 직접 반죽하고 썬 면발이 아름드리 들어있는 단돈 2천원의 소중한 칼국수다.
할머니는 한때 밀가루반죽을 밀다가 손에 금이 간 걸 모르고 칼질을 계속해 손을 못쓰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손에 쇠로 만든 뼈를 심고 다시 일년 후에 칼국수 장사를 시작했다. 이제는 편히 쉴 나이가 됐건만 할머니는 칼국수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
“아흔 여덟 살 되신 우리 친정어머니와 함께 사는데 칼국수에서 손을 떼면 어머니를 돌볼 수가 없어. 칼국수 한 그릇에 2천원 하는데 뭐가 남겄는가. 아끼고 아껴서 남는 돈으로 밀가루 1~2푸대씩 사고 거기서 또 남는 돈으로 어머니 보살피는 거지.”
어머니에게도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때로 잊고 산다. 66살 된 김선정 할머니에게도 노모가 있고, 그런 노모를 위해 단돈 2천원의 칼국수로 배곯은 사람들을 도와주며 얼마 안 되는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한석봉이 엄마랑 붙어도 반듯하게 써는 것은 이길 수 있다는 할머니는 칼국수를 너무 싸게 파는 탓에 주위 사람들에게 “돈 지고 다니다가 등창 났느냐”는 소리까지 듣기도 한다.
3년 전에는 효부상을 받기도 한 할머니. 단돈 2천원의 칼국수를 고집하는 할머니. 지난 1998년 수해 때 구호물품으로 받은 바지를 기워서 지금껏 입고 있는 할머니. 정미면 풍미식당 김선정 할머니의 칼국수는 역시 보통 칼국수가 아니다.

이희철 기자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