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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의 동반자에서 인생의 동반자로… - 유병산 송군자(전대초 교장, 합덕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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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부부 인터뷰

절약과 소박함으로 시련의 시간 이겨낸 알뜰한 부부
40여년 간의 교직생활을 거쳐 이제는 황혼기가 아닌 황금기로

“이거 안하면 안될까요? 나보다 더 훌륭한 교사가 얼마나 많은데요.”
유병산 교장(전대초 교장, 61)은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물어볼 것이 뭐가 있냐며 인터뷰 요청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40년이 넘게 교직에 몸담아 온 유교장의 이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스무 살부터 시작된 그의 교사인생 이야기가 시작될 즈음에 그의 아내(송군자, 합덕초등학교 교사, 60)가 차와 과일을 내왔다. 그녀 또한 40년 가까이 교편을 잡고 있다.
유교장이 처음 재직한 곳은 내경초등학교였다. 그때는 교실 바닥에 가마니를 깔고 수업을 했다. 5, 6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은 책상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래도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그런 학생들이 대견스러워 밤 10시가 넘도록 호롱불을 켜고 가르쳤다.
그가 아내를 만난 건 옥금리에 소재한 흥덕초등학교(현재 평생교육원 자리)에서였다. 그 후로 동료 교사로서, 부부로서 고락을 함께하고 있다.
둘이 모두 교사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 많다. 같은 직업을 갖고 있어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의 일에 대해 서로 조언해줄 수 있고 또 어려운 점을 같이 상의할 수 있다. 반면에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 키우는 일이었다. 딸만 넷을 두었는데 부부가 모두 학교에 나갔기 때문에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었다. 궁여지책으로 아이 볼 사람을 두긴 했지만 부모된 입장에서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또 한가지 힘들었던 점은, 그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쌀 두 가마 값도 안되는 월급으로 생활을 하다보니 늘상 쪼들리기 마련이었다. 그럴 땐 씀씀이를 줄이고 절약하며 사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지금도 검소하게 사는 것이 몸에 배었다. 그러다보니 이들 부부에게는 취미가 별로 없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따로 시간을 내서 돈을 들여가며 취미생활을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들 부부에게는 차가 없었다. 요즘에는 필수품이 되어버린 자동차조차도 유교장에겐 사치스럽게 생각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학교에 가면 어둡지도 않은데 불을 켜 논다고 잔소리를 하고 다니는 그이고 보면 이해가 간다. “난 카드도 올해 만들었어, 카드로 차 기름값을 지불하면 깎아준다길래” 하고 말하는 유교장은 다른 용도로는 카드를 거의 쓰지 않는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의 무절제한 카드 사용에 대해서도 한마디 꼬집고 넘어간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아 온 이 노부부에게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생각 또한 알뜰했다. 현재의 교육정책이 탁상공론으로 교육현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며 몇가지 생각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하려면 교육행정과 현장과의 밀접한 관계가 유지되어야 하고, 교사들을 배출할 때 교육실습을 늘려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학부모가 가정에서부터 인성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다각적인 방안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부부의 말 속에는 40여년 교직생활에서 터득한 산지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한 열정도 그에 못지않게 대단했다. 송군자 교사는 퇴직한 지 2년이 됐으나 아직도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교직에 있다보니 아버지와 딸을 모두 제자로 두는 일도 허다하다고 했다. 한번은 수업시간에 한 아이가 “선생님이 우리 아빠도 엄마도 가르쳤다면서요? 우리 엄마 공부 잘했어요?” 하고 물은 적도 있다며 흐뭇해 했다.
“바쁘게 살다보니 마음은 있었지만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해 자상하게 가족들을 챙겨주지 못했다”는 유병산 교장은 앞으로 가정에 신경을 더 많이 쓰겠다며 아내에게 미안함을 말로 대신했다.
송군자 교사 또한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얘기했다. 10개가 넘는 학교를 거쳐 40여년의 교직생활을 해 온 이 노부부에게 정년을 얼마 앞둔 지금은 황혼기가 아닌 황금기였다.

이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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