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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딛고 따낸 은메달, 그저 대견스럽죠 - 유용성 어머니 김상오씨(당진읍 채운리 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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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딛고 따낸 은메달, 그저 대견스럽죠”

올림픽 배드민턴 은메달 유용성
어머니 김상오씨
30년간 행상으로 4남매 키워

9월21일 온 국민의 눈길이 시드니올림픽 배드민턴 결승전에 쏠려있는 동안 유용성 선수의 어머니 김상오(59세, 당진읍 채운리 탑동)씨는 고역아닌 고역을 치러야 했다. 막내아들이 출전하는 경기가 중계될 때마다 가슴이 뛰어 아예 지켜보질 않았었는데 그날은 몰려든 취재진의 성화로 꼼짝없이 TV앞에 앉아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아쉬운 은메달. 그러나 결과가 어찌되었든 먹고 살기 바빠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던 막내아들이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라켓을 휘두르며 분투하는 모습을 본 부모라면 누구든 가슴이 벅차 올랐을 것이다.
“대견스럽고 자랑스럽죠.”
집안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축하 화환이 그날의 감흥을 전해주는 가운데 어머니 김씨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소감을 말한다.
탑동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셔틀콕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유 선수는 당진중학교를 거쳐, 당진정보고 3학년 때 국가대표팀에 발탁됐었다.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기대주로 급부상했고,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우수한 전적을 세워 고향집에 진열돼 있는 메달만 해도 30~40개는 족히 된다.
그러나 그런 유 선수에게도 좌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94년 아시안게임 후 오른팔 인대가 늘어나 수술까지 받고 1년간 라켓을 잡지 못해 방황했으며, 96년 아틀란타올림픽에선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어머니 김씨는 아들의 그런 사정도 모르고 지내기 일쑤였다.
“수술받은 사실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어요. 시합에 한번도 출전하지 않아 알아보니 수술받고 병원에 있다는 거예요.”
부모님께서 걱정할까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픔을 스스로 딛고 일어서려는 강한 의지와 인내심은 마침내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 배경에는 유 선수 자신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30여년간 행상으로 4남매를 키운 어머니 김씨의 억척스러운 생활력도 유 선수가 강한 선수로 성장하는데 한 몫을 한 듯 했다.
“어떻게 키웠는지도 몰라요. 먹고 사는 게 우선 급했으니까요. 한번은 용성이가 술을 먹고 들어와선 ‘엄마, 나 어떻게 키웠어’ 묻길래 ‘어떻게 키워 막 키웠지’ 했더니 고개 끄덕이며 곱게 자랐으면 지금까지 운동 못했을 거라고 하대요.”
그 말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라켓을 집어 던지고 싶을 만큼 힘든 선수생활을 호소하는 말인 줄 어머니 김씨도 모를리 없었다. 그러나 유 선수는 자신의 입으론 한번도 배드민턴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한적이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시집 간 누나가 손빨래를 하는 것을 보고 안쓰러워 용돈을 저축해 세탁기까지 사줄 정도로 속 깊은 막내아들이 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까지 그저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어머니 김씨의 가장 크고도 유일한 바램이다. 그것은 비단 김씨 뿐만이 아니라 유 선수의 은메달 소식에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쉬워한 모든 당진주민의 바램이기도 할 것이다.



이명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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