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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볼만한 산 29 - 설산 제일경 “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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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상고대와 설화가 온산에 가득

박 대 희
당진산악동우회 회장
당진산악동우회 회장

설산 제일경과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소백산(1439m)은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경동지괴의 산세로 동쪽은 가파르고 서편은 골이 깊고 산세 수려하니 골짜기마다 서로 다른 멋을 풍기는 너그러움과 후덕함을 겸비한 민족의 영산이다.
남쪽 도솔봉을 필두로 하여 연화봉(1384m), 비로봉, 국망봉(1420m)에 이르는 9개의 봉우리로 연이어진 부드럽고 유연미 넘치는 산능을 흔히들 누워있는 나신을 연상케 하는 신비스러운 산이라 말한다.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국립공원 중 세 번째로 넓은 면적과 북동에서 남서로 길게 뻗어 내린 능선은 여름에는 습한 남동풍과 겨울이면 건조하고 차가운 북서풍의 양방향 계절풍을 정면으로 받고 있어 겨울의 맑은 날씨에는 설경설화를 볼 수 있다.
설한풍 몰아치고 찬바람에 잿빛안개가 몰려오면 잎 떨군 가지에 해맑은 상고대와 설화가 온 산에 만연하다. 화창한 봄날 4월에 활짝 핀 이화를 보는 듯한 녹담만설은 설국의 낙원인 듯 하다. 거대한 산 하나를 두고 동편은 우리나라 십승지 중 하나인 풍기요, 서쪽에 또 하나의 영춘이 위치하니 이 두 곳 모두가 소백산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천혜의 승지이다.
희방사 코스를 시작으로 산행길에 오르니 소복이 쌓인 흰눈이 계절의 정감을 더해준다. 사찰길을 따라 200m 가량 들어서니 영남 제일의 희방폭포가 거대한 은백색 빙폭으로 다가서며 한겨울이면 이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유산객들이 이 곳을 찾는다 한다. 우측 암벽따라 설치된 철사다리를 올라서니 우리나라 삼대 불입지처의 하나인, 심산유곡에 자리잡은 희방사는 세조 때 월인석보(月印釋譜) 중간본을 발행한 유서 깊은 사찰로 3년 전만 하여도 명성에 비할 바 없는 초라한 당우 정도였으나 새롭게 증축하여 지금은 가람의 면모를 보여준다.
사찰을 돌아 오르니 등산로에 촘촘히 박힌 박석위로 소복이 쌓인 흰 눈이 눈부시다. 골짜기 따라 1㎞에 달하는 정상으로 오르는 지름길은 바로 소백산의 악명 높은 희방사 고개길이다. 손을 내밀면 흰눈에 닿을 듯하며 숨이 목까지 차 오르고 추운 날씨에도 땀이 온 몸에 배일 즈음 고개 마루에 도착하였으며 나무에 기대어 숨을 고르니 그것도 잠시잠깐 한기가 온 몸으로 파고든다. 간혹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겨울을 실감나게 해 주며 경사길을 다시 올라서니 경사는 고작해야 주 능선 아래 봉긋 올라온 지능선에 불과하며, 천문대 쪽에서 불어오는 안개를 동반한 눈보라가 나무 가지를 뒤흔들며 웅장한 굉음을 토한다.
산이 높아지니 눈방울은 커지고 바람소리 더욱 요란하며 등 뒤에 꼽았던 태극기가 세차게 소리 내며 더욱 심하게 흔들린다. 눈길을 따라 오르니 다시 온화함이 느껴질 때 비로소 정상은 여기서 30m 위임을 느낄 수 있었다. 연화봉에 올라서니 엄청난 강풍이 불어와 그 바람이 소백산의 진면목임을 느낄 수 없었다. 검은 안개를 동반한 눈보라가 정상을 스쳐가니 산은 순백색 해무 자욱한 바다를 보는 듯하며 연화봉을 지나 비로봉을 향하니 온통 눈 덮인 경사길이며 그 곳을 내려서니 너무 포근해서 좋으며 깨끗해서 더욱 좋다.
아름드리 참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은백색 비단필을 깔아놓은 듯하며 눈길 아치를 이루는 설경설화의 터널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입가경의 절경을 이루며 신비감마저 감도는 환상의 도원길이다. 바람 따라 밀려오는 잿빛 안개는 구름되어 저 멀리 산마루를 넘나드니 겨울 초야의 정취가 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화사한 봄날에 피어난 이화, 매화, 살구꽃들이 그 현란함을 보여준다 하여도 지금 이 설경설화만 할까?
1394봉에서 뒤돌아서 바라본 연화봉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은 필경 무릎을 치며 극찬하지 않을 수 없는 소백산의 백미 중의 백미이다. 다시 백설이 낙원을 이루는 능선 따라 눈 위로 길게 뻗어 오른 황금빛 풀잎이 바람에 갈기되어 휘날리며 난간에 길게 매달린 로프가 소리내어 흔들리고 능선 위에 쌓인 흰눈이 바람에 먼지 되어 홀연히 휘날린다. 마주치는 바람 한 번 쳐다 볼 수 없는 거센 설한풍은 빠르지 않은 걸음마저도 날려버릴 듯 부자연스럽게만 느껴진다.
비로봉으로 길게 이어지는 나무계단 위에 뽀얗게 휘날리는 눈보라 속으로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등산객의 행렬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오고 연속되는 4시간의 산행에서 얻은 정복의 성취감을 느끼기 위하여 혹한 속에서도 정상을 떠나려 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비로봉을 돌아서 감시초소에 내려선다.
신이 인간에게 하사하였다는 신단수인 주목(천연기념물 244호)이 흰 눈을 가지에 얹고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을 발하며 수많은 세월동안 고결함을 잊지 않고 묵묵히 서 잇는 모습을 바라보며 천동리로 하산길을 밟는다.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설원이 한없는 아쉬움으로 남은 잊지 못할 추억의 산행을 마감지으며 다정한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면 요즈음 가볼 만한 산으로 이처럼 환상적인 설경은 없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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