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주부에서 화가로, 이 여자의 이유있는 변신 - 설호 김윤숙(당진읍 대덕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호 김 윤 숙

정갈하게 씻은 과일과 향 좋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김윤숙(46. 당진읍 대덕리)씨와 마주 앉았다. 앞치마를 입고 집안 일을 돌보는 그녀의 모습이 여느 주부와 다르지 않다. 다만 집안 곳곳에 보이는 석고상과 사진,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마련한 팜플렛만이 이곳이 화가 김윤숙 씨의 집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집안 사정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했지만 마음 한켠은 늘 그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결혼 후에 다시 붓을 잡게 된 거죠.”
그녀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아침식사 를 준비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그 때부터 집안 청소를 하는…. 그런 그녀가 시간을 쪼개어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그림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장사를 하면서 틈틈이 서예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 장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하러 다녔죠. 서울로, 경기도로, 홍성으로 좋은 선생님이 있다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다녔어요.”
그렇게 8년이 지나고 그녀는 지금 수선화스페이스(감리교신협)에서 25개 작품을 전시해 첫 개인전시회를 열고 있다.
“준비는 힘들게 했는데 막상 시일이 다가오니까 아쉬움이 커요. 작품 하나 하나에 아쉬움이 남고 그래서 더 애착이 가요.”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그림을 그려야 집중이 된다는 그녀. 그녀는 아침이면 늘 한국화의 매력에 푹 빠진다고 한다.

“한국화의 그 묵향이 너무 좋아요. 먹을 갈면서 ‘스르르’ 밀려드는 향을
느끼면 평생 이 묵향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 고3인 딸 차은지(19) 양도 서양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모녀전’을 열자고
벌써부터 이야기하고 다니는 딸을 보면 뿌듯하고 기쁘단다. 전시회가 끝나면
딸 뒷바라지 할 것이 걱정이라며 잔잔한 미소로 딸 이야기를 꺼내는
영락없는 어머니의 모습.
김윤숙 씨가 두 아이의 어머니로 또 아내로 살아가며 포기해야 했던 그림, 그러나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첫 개인전을 연다.
그리고 그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내어 도전하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김윤숙 씨가 은근히 다가오는 묵향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먹을 갈기 시작할 때는 진전도 없고 헛수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나중에는 묵향이 은은하게 호흡기로 기록되어 그 향을 잊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김윤숙 씨도 평범한 주부였지만 꿈을 소중하게 키워왔기 때문에 이제 꿈에 날개를 달았다.
우리는 누구나 묵향과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자.
/ 조영미 기자 ymcho@djtimes.co.kr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