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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볼만한 산 - 해인사와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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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기악의 명산 ‘가야산’

우리나라 명산들은 대부분 백두대간상에 위치하며 수려한 경관 또한 여느 산과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뛰어난 승경을 자랑한다.
합천 가야산(伽椰山, 1430m)은 대간 능선에서 동쪽으로 약간 비껴나 있지만 깊은 골과 수려한 경관을 간직하니 그 산세를 옛 선인들은 “산형이 천하의 으뜸이며 지덕은 해동 제일이라”하였다. 너무 많은 사찰 때문인지 산이 반이요 절이 반이라는 표현도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인 상왕봉은 소머리 형상을 닮았다 하여 우두산 또는 끝이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선 모양새가 흡사 불꽃이 공중에서 타오른 듯하여 석화성이라 한다. 그 구도의 불길 형상이 시대를 초월하여 신라의 회랑조사 사명대사와 현대에 이르러 성철스님과 같은 우리나라 제일의 승가람들을 배출했다.
또한 해인사는 해인삼매(海印三昧) 즉 삼라만상 모든 깨달음의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애장왕 3년에 이정두 대사가 왕실의 후원을 받아 창건하였으며 조선 성종 때 10년에 걸쳐 다시 중창하니 지금에 이른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해인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의 보존처이며 불보 사찰인 양산 통도사, 승보사찰인 순천의 송광사와 더불어 법보사찰로 삼보중찰의 하나라는 점이다.
심산유곡의 심오한 경관이 감도는 가야산은 삼재불입지처의 하나이며 오대산, 소백산과 함께 왜적이 들지 못한 산으로 지형의 특성상 우리 민족의 국보급 보물과 문화유산을 지금껏 보존할 수 있었다. 가야산과 제일봉을 사이에 두고 흘러내린 맑은 물줄기가 하나의 계곡을 만들었으니 홍류동천, 지금의 홍류동 계곡을 이루었다.

가야산은 예로부터 조선팔경과 12명산 중의 하나로 손꼽았으며 1972년 국립공원 9호로 지정되었다.
해인사와 가야산 중 어느 하나라도 지나치게 되면 분명 그 산행은 반쪽 산행이라 할 수밖에 없다. 합천군과 성주군, 거창군의
3개 군이 하나의 점을 이루며 남사면의 휴게소를 지나 30분 정도 경사진 바윗길을 오르면 20명 가량 앉을 수 있는 넓은 바위를 만난다. 그 바위에 앉아 북쪽을 바라보면 기암이 솟아 바위군락을 이룬 곳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면서도 다정스럽게 호옹하는 모습이 너무 선명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거대하면서 정교한 형상의 바위들이다.
그리고 이쯤 오르다 보면 산행이 너무 힘들어 자세히 주위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안개가 산등을 넘나들 때의 그 다정한 모습은 환상적이라 할 수 있으며 오래동안 기억 속에 남으리라 믿는다.
한숨을 돌리고 온 힘을 다해야 할 바위길 급경사에서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보며 애써 여유를 가져보려 하지만 목까지 차 오르는 숨은 어쩔 수가 없다. 하늘에 닿을 듯한 암반을 따라 그 끝에 서니 정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정상은 북사면에 또 하나의 커다란 산의 형상으로 다시 다가선다. 그리고 우리나라 산 중에서 이처럼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탁 트인 전망은 없는 듯하다. 그간의 어려움과 피곤함을 한 순간에 잊을 수 있는 풍광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저 멀리 홍류동 계곡을 사이에 두고 남산 제일봉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해인사는 건립이후 국찰이자 호국신앙의 요람으로 그 명을 이어왔으나 재해를 일곱차례나 겪었다 한다. 그러던 중 제일봉이 해인사 화기를 누르는 기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매년 단오날이면 승려들이 정성을 다해 정사에 소금단지를 묻곤 했으며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 풍습은 전해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정상을 한눈에 바라보면서 5분 정도 거리의 철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가야산 정상 상왕봉이다. 온통 바위 뿐인 봉우리가 좌 우 두 봉이며 좌측 봉우리는 뾰쪽하고 우측은 완만하다. 맑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시원하게 뻗어나간 정상이 높고 수려하며 공기 또한 맑으니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이 청아하게만 느껴지는 경관이다. 정상 북쪽은 급격한 경사고 서쪽은 힘찬 육산 줄기가 은은하게 뻗어 있으며 남동쪽은 첨예한 암봉들이 줄줄이 연이어져 기암 능선이 첩첩하다. 역시 가야산은 이곳 남동쪽 일대가 최고의 절경지라 할 수 있다.

하산길에서는 상왕봉을 능가하는 또 하나의 불꽃 형상을 칠불봉에서도 다시 볼 수 있었으며 볼 수록 또다른 풍광이 발길을 붙잡곤 한다. 너덜지대를 지나 다시 검은 흙길로, 마애불입상 안부에서 좌측 극락골을 따라 해인사로 하산하니 봄을 맞이하는 산죽은 유난히 푸른 잎새로 온 산을 뒤덮으며 하산길을 어렵게 만드는 군락을 이룬다. 그리고 스쳐가는 촉감 또한 야릇한 정감을 준다.
가야산은 언제 보아도 심오한 경관으로 다가서며 천년태고의 고찰 해인사는 속세의 온갖 상념과 번뇌를 일순간에 비울 수 있는 숙연함이 세월을 더할수록 또다른 느낌으로 마음에 와 닿으니 가급적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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