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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떨어진 휴지 주우며 엄마 건강 비는 아이 - 면천중학교 3학년 김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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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맑은 영심이

‘보고 싶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 영심이’ 만화영화 주인공 영심이처럼 밝고 맑은 아이. 교실 안쪽에 앉아 따뜻한 녹차 한잔을 마시며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세 명의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세 명의 학생 중 가운데 앉아 있던 영심이는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마냥 밝은 얼굴이다.
“쓰레기를 버리면 영심이한테 혼나요. 영심이는 학교 안에서든 길에서든 떨어져 있는 휴지만 보면 꼭 줍는 아이라고 소문나 있어요. 누구에게나 인사도 잘하고요. 영심이와 같이 공부하면 모르는 것도 알게 돼 저절로 공부가 잘돼요.”(조수정)
“영심이는 너무 착해요. 어떤 때는 너무 착해서 답답할 때도 있어요. 가족생각을 많이 하는데 특히 엄마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 아이예요.”(김진아)
“수정이나 진아가 더 착해요. 늘 절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들예요.”(김영심)
같은 반 남학생들도 영심이를 편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고민상담도 할 정도라고.
“영심이는 공부에 대한 열의가 높아 수업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노력을 아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급반장으로 리더십도 뛰어나고 매사에 솔선 수범해 다른 학생들이 잘 따릅니다”라고 학생과 김찬수 교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빠 얼굴도 못보고 자랐어요

영심이는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홀어머니 밑에서 언니, 오빠와 더불어 지금껏 커온 것이다.
“농사일을 끝내고 들어와 저녁식사를 한 후 잠시 누워있던 남편은 아무 말도 못하고 혈압으로 가족들과 영영 이별하고 말았어요. 그때 2살, 3살 된 어린아이들과 이미 임신 6개월의 몸이었는데 눈앞이 깜깜했죠. 주위사람들이 아이들 놔두고 개가하라는 말도 했는데 차마 어린 것들을 어떻게...”
말을 잇지도 못하고 이순옥(50)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내리 흘렸다. 우는 엄마 옆에 있던 영심이는 눈물이 글썽이는 얼굴로 슬며시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빠 얼굴도 못보고 자란 영심이는 친구들이 아빠 얘기할 때면 아무도 몰래 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하는 소녀였다. 엄마 이순옥씨와 영심이가 남편 없이, 아빠 없이 어렵게 살아온 세월들을 한순간에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너무 오랜 세월 묻어둔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그냥 어려웠다는 말로 밖에는 하지 못했다.
현재 영심이네가 살고 있는 집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만 하는 집이다. 비가 오거나 장마가 지면 지붕이 새 밤새 바가지로 고인 물을 퍼내야 하는 아주 오래된 집이다. 그러다 작년에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집을 고치게 돼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중·고등학생이라 이순옥씨의 걱정은 더 깊어지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 아프지 마세요

영심이 언니(서야고 3)와 오빠(서야고 2)는 둘 다 장학생으로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집에는 영심이와 엄마 단 둘뿐이라 집안 일이며 아픈 엄마를 돕는 일을 영심이가 도맡아 해오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 영심이예요. 요즘 제가 짜증 많이 부리지요. 죄송해요. 시험은 다가오는데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서 짜증을 많이 부리는 것 같아요. 앞으로 잘할게요... 엄마 건강하구 요즘처럼 많이 아프지 마세요! 사랑해요! 막내 영심이”
영심이가 써놓은 종이를 부여잡고 많이 울었다는 이순옥씨.
“점점 건강이 나빠지고 있지만 큰 병원에 가서 진찰 받을 형편이 못돼 누워만 있어요. 영심이가 불쌍하죠.”
이순옥씨는 20년 가까이 몸을 너무 혹사해서 일을 한 탓인지 혈압이 높아 하나 둘씩 합병증이 생기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서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안좋아 고생하고 있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의사가 돼 엄마 고쳐 줄거예요

장래에 의사가 돼 엄마를 고쳐주겠다는 영심이. “아빠가 많이 미웠어요. 엄마 혼자 고생한 것도 모자라 아프기까지 하니 정말 아빠가 원망스러웠어요”라며 영심이는 아빠가 그리울수록 더 미워졌다고 한다.
영심이는 처음 엄마가 아팠을 때부터 집에서 학교까지 꽤 먼 길을 걸으며 “제발 우리 엄마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처음 엄마가 아팠을 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다. 또 걸으면서 길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일도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착한 일 많이 하면 혹시 엄마 병이 나을까 싶어서 일까?
영심이네 가족을 학교나 마을 사람들이 돕고 있지만 이들이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영심이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하늘나라에서 아빠가 영심이를 지켜보고 있기에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도움을 기다립니다.
*계좌번호 : 농협 481076-56-013351(이순옥)

오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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