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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도 우린 우산 함께 써요” - 당진읍 읍내리 시장오거리 ‘당진분식’ 양경선·안춘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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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살아온 30년의 삶

아침 6시 반에 가게로 향하는 남편. 아내는 같이 일어나 집안일을 돌보고 그 날 장사할 음식을 마련해 9시 반에 남편이 기다리는 가게로 나온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장사를 하다 보면 어느새 밤 10시. 부부는 이제 집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내일 장사할 음식을 만들 재료를 가지고 들어가는 두 사람 손에는 짐이 가득 들려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이런 생활을 20년 동안 해온 부부가 있다. 당진분식의 양경선·안춘열 부부는 20년 전부터 읍내리 시장오거리에서 조그만 분식집을 운영해오고 있다.

강원도에서 시작된 인연
두 사람은 집안의 권유로 만나게 됐다. 남편 양경선(57)씨는 송악면 석포리가 고향이고 안춘열(54)씨는 경북 울진군이다. 두 사람의 인연이 닿게 된 것은 엉뚱하게도 머나먼 강원도. 30년전 강원도에서 양경선씨의 사촌누나와 안춘열씨의 삼촌이 우연히 같은 마을에 살게 됐고 그 두 사람이 중매를 서 지금의 양경선·안춘열 부부가 있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만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서로의 첫인상이 예사롭지 않았던 두 사람은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결혼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결혼식을 올리는 것 또한 평범하진 않았다고. 당시에는 교통편이 너무 열악해 당진과 울진을 오가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두 지역의 중간에서 만나 식을 올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결혼한 곳은 중간지점인 충북 제천이었다. 그 때 양경선 씨의 나이가 29세, 안춘열 씨는 26세였다.

당진에 정착해 장사 시작
그 길로 양경선 씨를 따라나선 안춘열씨는 남편의 고향에서 농사일을 시작했다. 농사일만 전념했던 부부는 20년전에 당진으로 이사해 지금의 자리에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분식점을 열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정말로 ‘손바닥’만한 크기였고 읍내가 지금처럼 크지도 않았을 때였다. 당연히 분식점 간판을 내건 가게도 많지 않았다.
처음엔 단순히 생계수단으로 시작한 분식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게에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가 됐다.

과묵한 남편, 하지만 마음은 따뜻
“남편은 말이 없는 사람이지만 마음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에요. 정직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이죠. 조금 여유가 생기면 항상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했어요.”
밤 10시 반에 집으로 돌아가도 항상 집안일을 거들어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안춘열씨는 지난 세월동안 과묵한 그의 모습 뒤에 있는 따뜻한 마음을 알게됐다고 한다. 어김없이 아침 6시 반이면 가게에 나와 청소와 장사 준비를 하고 자신을 배려해주는 모습이 너무 고맙다고. 장사를 하다 손님이 갑자기 많이 몰리거나 하면 두 사람의 손발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가게를 닫고 집으로 돌아올 때 가끔 언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아무리 화가 나도 자기에게 함부로 대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안춘열씨의 남편 자랑이 계속 이어지자 ‘과묵한’ 양경선씨도 슬그머니 웃음을 띠고 만다.

정말 오랜만의 휴가
두 사람은 지난 20년간 가게문을 닫은 적이 거의 없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쉬지 않는 이유는 많은 단골들 때문이라고. 당진분식을 매일 찾아주는 단골들이 문이 닫힌 것을 보고 그냥 돌아가는 모습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20년 동안 문을 닫은 날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렇게 자신들의 삶에 충실했던 두 부부는 며칠 전 가게문을 닫고 난지도 해수욕장으로 정말 오랜만의 휴가를 다녀왔다. 경기도 오산에서 회사를 다니는 외아들 낙현(25)씨가 휴가를 부모님과 보내기 위해 집에 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권하는 휴가에 결국 두 사람이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오랜만에 맞이한 휴식은 달콤했다. 안춘열씨는 ‘재밌었다’는 한 마디로 표현했지만 그 표현 뒤에 숨어있는 마음이 느껴져 절로 흐뭇해졌다.

30년동안 서로 떨어져 본적 없어
좁은 가게 안에서 하루 종일 같이 보내고 두 사람의 보금자리에서 남은 하루를 마저 보낸 세월이 벌써 30년이다. 30년이면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한다는 긴 시간이다. 단지 집안의 권유로 시작된 인연뿐이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지 못했으리라.
안춘열 씨는 양경선 씨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듬직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말수는 없었지만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고. 아마 안춘열 씨는 이때 그 과묵함 뒤에 있는 따뜻한 마음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비오는 날이면 한 우산을 같이 쓰고 다닌다. 두 사람이 같은 우산을 쓰고 걷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서로를 이해하고도 남을만한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낸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 변하지 않길..
안춘열씨는 양경선씨를 선택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여유가 생기면 이웃을 돕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남편이 너무 고맙다고 한다. 교회에 다니고 있는 안춘열씨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하나님에게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두 부부의 바람은 소박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남을 돕는 마음을 계속 지켜나가고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김기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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