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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에도 과학이 숨쉰다 - 석문면 난지도리 대하양식장 ‘당진수산’ 구본화·박길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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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공원이 하나 들어선 것처럼 빛이 고와지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공기를 차게 식혀 놓는 바야흐로 가을이다. 이맘때가 돼야 제 맛이 나는 음식이 바로 대하(왕새우)다. 연한 잿빛으로 모래와 개흙이 섞인 곳을 들락거리며 사는 대하는 9월부터 잡혀 10월에 어획량이 가장 많다.

석문면 대난지도에서 대하양식장 ‘당진수산’을 경영하는 구본화(63)·박길자(59)씨 부부는 대하양식장을 경영한 지 올해로 9년째를 맞는다. 지금까지 큰 병해 없이 꾸준한 수익을 올려온 이들 부부는 옛 염전 자리를 개간한 5만5천평 양식장에서 정성껏 키운 대하를 지난달 20일부터 출하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특이하게 드넓은 양식장을 사이에 두고 물길이 지나간다. 바닷물이 유입되어 수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양식장을 에워 돌며 반대편 물가로 빠져나가게 돼있다. 양식장에 공급해 줄 신선한 바닷물이 지척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주위의 작은 산들이 연이어 팔을 두른 듯 둥그스름하게 펼쳐져 있어 해안에서 불어오는 억센 바람도 막아주고 있다.
올해 구씨 부부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미국과 기술을 제휴해 대하양식에 과학적 방법을 도입했다. 대하양식에서 가장 민감한 조건인 수질을 개선하는데 화학약품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친환경적 유기농법을 채용했다.
세계적으로 물 정화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 메이지(MAZ ZEE)사와 계약, 현재 새우양식 기술을 베트남 전문인력과 함께 제공받고 있다. 나무 등 식물체에서 추출한 자연 혼합물인 ‘메이잘(MAZ ZAL)’을 양식에 이용, 새우가 건강하고 활발하게 살 수 있도록 용존산소량 및 양질의 플랑크톤을 증대시키는 등 수질악화를 막음으로써 질병을 감소시켰다. 이 농법은 현재 새우양식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칠레, 태국, 베트남 등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상당수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당진수산은 지난 5월 치어 5백만 마리를 양식장에 풀어 사료와 달걀 노른자, 비타민을 섞어 먹이며 메이지의 기술에 힘입어 올해 50톤 정도를 출하, 10억 여 원의 수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수입개방이 되고 섬에서 마땅한 사업이 없어 시작했어요. 첫 해는 염전 자리 2만평 정도로 대하양식을 꾸려나가다 점차 규모를 늘려나갔죠. 처음부터 무모하게 투자했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었으니까요.”
현재 인천에서 ‘대한염업(주)’을 경영하고 있는 구본화 사장을 대신해 양식장을 돌보고 있는 부인 박길자씨는 메이지사에서 지원한 베트남인 세 사람을 비롯, 동네이웃 차동석(68)·박기완(39)씨 등과 양식장을 일궈 오고 있다.
메이지사의 엄정한 인터뷰 절차를 통해 실력있는 베트남인들이 선정돼 메이잘을 이용한 양식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베트남에서 수산대를 나온 기술자 롱(27)과 약대를 졸업해 통역을 담당한 황(32), 그리고 양식장 경험이 풍부한 커이(24)씨가 그들이다.
“연안 오염으로 인해 대하 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저희는 올해 제법 괜찮아요. 그래서 새우농사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저희 양식장에 관심을 갖고 찾아와 자문을 받아갔죠.”
당진수산의 대하는 모두 도매로 출하돼 아산만, 삽교, 대부도, 화성 등지로 널리 판매되고 있다.
메이지사의 이사 돈씨가 한 달에 한 번 당진수산을 방문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베트남인들과 전화통화하면서 대하의 생장상태를 체크했다고 한다. 토질, 물의 냄새, 색깔 등 양식장의 환경을 세심하게 관찰해 이에 맞춰 지시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메이잘’ 말고도 물 속에서 썩은 사료의 가스발생을 억제하는 ‘제로라인’, 그리고 안정적인 PH를 유지하는 ‘돌로마인’을 사용한다. 이들은 특정 성분이 첨가된 돌가루로 대하에는 전혀 해를 미치지 않는다.
많은 투자와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하에 대한 애정을 쏟아온 당진수산.
흰반점바이러스로 인한 집단폐사로 어려움에 처한 대하양식업계에서 선진기술도입을 통한 과학적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홍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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