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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흙, 불의 아름다운 조화 - 김미애(정미면 당진도예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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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애씨가 타래를 쌓아올린 흙으로 ‘부부상’을 정성스레 만들고 있다.

밭에서 퍼온 황토를 걸러 벽을 물들인 정미면 사관리 당진도예공방. 자그마한 연탄난로가에 앉은 김미애(37)씨가 원통모양의 흙을 부지런히 매만지고 있다. 굽어가는 두 개의 원통 기둥이 하나는 안으로 들어오고, 나머지 하나는 바깥에서 감싸는 듯한 ‘부부상’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림이 좋아 미대에 입학하기를 희망했지만 형편이 맘처럼 따라주지 않아 김씨는 틈틈이 공부하며 만화영화 관련회사의 색채부에서 1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사람을 구하지도 않는데 찾아가 그리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배워보고 싶어 월급도 받지 않고 수개월동안 궂은 일들을 했었다는 김씨. 그러다 뜻하지 않은 슬럼프로 일을 한동안 놓고 있을 때 고향인 인천시 서구지역에 밀집된 도자기 빚는 곳에서 자기에 당초문양과 산수화, 십장생 등을 그리는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곳에서 당시 도자기를 만들던 한명구(37)씨와 만나 1995년 결혼하게 되었다고.
“불편한 점이 많지만 가끔 도시로 나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숨이 막혀요.”
흙을 밟고 사는 것이 좋아 인천에서 지금의 공방으로 내려온 것도 벌써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전원 속에서 도자기를 빚으며 사는 낭만을 기대했던 김씨. 실망도 하고 적응하는데 적잖이 어려운 일도 겪었던 김씨지만 지금은 ‘일단 잡생각이 없어진다’며 “두 아들들이 자연과 함께 있으니 정서적으로 안정돼 보인다”고 말한다.
김씨는 종종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들면서 유치원과 초·중학교 학생들의 견학을 돕는 재미가 크다. 아이들이 직접 흙을 조물락거리며 무엇인가 빚어내는 모습을 보면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그대로 작품 속에 묻어난다고 한다.
공방 옆에 마련한 전시실에는 찻잔이며 생활자기, 백자, 청자, 장식품 등 김씨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일부러 멋을 부리지 않아도 단아한 매력에 저절로 손이 가게 된다. 현재 자동차 크레인 일을 하고 있는 남편 한씨가 유약 제조과정과 가마의 불을 조절하는 일을 돕고 있다고. 전시실에 보관된 작품들은 읍내로 납품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적당한 가격에 판매도 하고 있다.
“욕심 없이 작업장과 주변을 꾸며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김미애·한명구 부부는 공방을 많은 사람들의 편안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 항상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쉼터가 바로 김씨가 원했던 전원생활의 진한 ‘낭만’이 아닐까.

홍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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