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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이 다시 돌아오는 날까지 함께 하자고 말했죠” - 이성영·박미경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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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한 신혼 이야기]

 서해대교 한 중간에 자동차가 멈춰 섰고 차안에 있던 두 사람(이성영(31)·박미경(28))이 내렸다. 바다냄새가 물씬 풍기는 서해대교의 난간에 선 이성영씨의 손에는 동전이 하나 쥐여져 있었는데 동전 앞면에 이씨의 이름이 그리고 뒷면에는 아내가 된 박미경씨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성영씨는 이름이 새겨진 동전을 다리 밑으로 던지며 미경씨에게 말했다.
 “지금 던진 동전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그날까지 함께하자!”

 영화에서 봄직한 이 감동적인 프로포즈로 이성영씨와 박미경씨는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진의 한 안경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에게 아내 미경씨는 ‘손님’처럼 다가왔다. 이씨의 친누나 이주희(33)씨의 권유로 이씨를 알게 된 미경씨가 ‘탐색전’을 벌이기 위해 친구와 함께 이씨가 일하는 안경점을 찾은 것이다. 이씨의 첫 모습이 미경씨의 마음에 와 닿았고 이들은 소개팅으로 만남을 시작했다. 탐색전을 벌이는 것마저 이씨에게 그저 애틋한 사랑일 뿐이었다.
 “솔직히 꿈꾸던 완전한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열렸죠.”
 여자에게 잘 못하는 성격이라 소개팅 이후 한 달여 동안은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성영씨는 말했다.
 이후 찾아온 2003년 겨울, 성영씨는 병상에서 장인어른을 처음 보았다. 간암으로 의식이 없는, 아주 위독한 상태였다. 그래서 장인어른으로부터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조금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장모 배순열씨로부터 들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인사드린 다음날 장인은 숨을 거두었다. 장인의 임종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씨와 가족들의 몫이 되었다.
 “결혼 전에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심하다고 하더군요. 정신이 없어서 결혼을 하는 것인지... 또 해야 되는 것인지... 걱정도 되고, 혼자가 아닌 둘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현실로 느껴졌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랑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결혼 당일 장모님을 처음 뵈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식이 끝나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둘만 신경쓰면서 살라고요.”
 이런 장모님이 이씨는 항상 고맙다. 아내를 낳아준 것은 물론이고 전화할 때 따뜻한 말과 항상 아내보다 사위의 안부를 먼저 물어주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이지만 작은 것에서 이씨는 ‘장모의 사랑’을 느낀다.
 이씨에게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보낸 4박5일의 꿈같은 신혼여행에 대한 느낌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씨의 답은 여러 개였는데 ‘우리나라가 좋다’, ‘그래도 가볼만 하다’가 그 대답이었다. 그러나 진심은 마지막 대답에 있어 보였다. “둘만의 시간이 좋고 그 같은 시간을 또 갖고 싶다” 
 “결혼 전에는 아침을 거르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엔 꼭 아침을 먹고 출근해요. 또 퇴근할 때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결혼이 꿈이 아니구나라고 느껴집니다.”
 환한 함박웃음이 성영씨의 얼굴에 가득 피었다.
 “이제는 부모님 뿐만 아니라 장모님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양 부모님 앞으로 적금도 들고, 10년에 한 번씩은 발리에서처럼 아내와의 여행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쁜 딸아이도 낳고 싶고요. 그런데 아내는 아들딸이 좋겠다네요.”
 푸릇한 신혼부부와의 만남에서 행복의 절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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