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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으려고 봉사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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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지난 11월 27일 발행된 본지 창간 2주년 특집호에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내용이 기사로 나갔다. '누가 당진을 움직이는가'라는 제목의 이 설문조사는 정치·교육·사회단체·의료인 등 각 부분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문인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편집자주에서도 밝혔듯이 이 조사는 당진지역에서 처음 실시된 인물거명식 조사라는 점에서 일부의 우려와 거부감이 충분히 예상되었으나 물밑여론을 공론화하기 시작한다는 점에 의미를 두었다. 때문에 아직은 보수적인 지역 풍조 속에서 시기상조라는 우려와 조사목적과 상관없이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에 이용당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란 공론화에서 출발한다는 신념으로 조사를 강행했다.
 우리는 여론 그 자체가 사실을 반영하긴 하지만 언제나 진실과 일치하지는 않음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평가와 반성을 독자의 몫으로 하기로 했다. 지역주민에 대한 믿음이 설문조사의 토대였다.
 어쨌든 설문조사 결과를 기사화한 27일을 기점으로 편집국에는 '참신한 기획이었다'는 격려에서부터 '의도가 무엇이냐'는 항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접수되었다. 언론은 주민의 이해와 욕구를 100% 만족시킬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기사가 나가고 나면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 가운데 일부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의식구조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씁쓸했다.
 어느 날 모 봉사단체의 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편집국으로 걸려왔다. 그는 만나자마자 거칠게 항의했다. '우리 단체가 일년에 얼마를 들여 봉사활동을 했는데 영향력 있는 단체에 포함이 안됐느냐'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지역에서 이렇게 인정해주지 않는데 봉사는 무슨 봉사냐'는 말까지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 종교계통 봉사단체 관계자를 만났다. 놀랍게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새삼 봉사단체의 위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혹시 많은 봉사단체들이 기부액수로 봉사의 정도를 헤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애당초 봉사가 아니라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최근의 정국은 우리에게 역사적인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끝까지 자신의 바른 위치를 지켰던 장태완 장군이 이제와서는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고, 군인의 힘을 보여주고자 정치의 길을 나섰던 많은 정치군인들이 지탄을 받고 있지 않은가.
 명예는 남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성실할 때 스스로 갖는 자부심이다.
 묵묵히 보이지 않게 고난받고 소외당하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오늘도 자신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는 참 종교인, 참봉사자들에게 새삼 존경의 뜻을 보낸다.

<당진시대 1995년 12월 18일/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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