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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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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나는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라는 책이 이른바 베스트셀러로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이었다. 저자 김용옥은 당시 고려대학교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인기를 꽤 누리고 있었고, 머리를 박박 깎는 등 기행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책의 제목에서부터 다분히 오만함이 풍기고 내용은 해방 이후 불교계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특히 1987년 부처님 오신날 발표한 성철스님의 법어를 놓고 민망할 정도로 욕설과 야유를 보내고 있다. 법어내용 일부를 적어 본다. 「사탄이여! 어서 오시오. 나는 당신을 존경하며 예배합니다. 당신은 본래로 거룩한 부처님입니다. 사탄과 부처란 허망한 거짓 이름일 뿐 본 모습은 추호도 다름이 아닙니다.」 여기서 당신은 당시 대통령 전두환씨를 일컫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당신을 존경한다니 전두환이가 부처님이라니 김용옥씨는 성철스님을 향해 미친놈이라고 야유한다.
 그당시 나는 그 책을 읽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성철스님의 법어에는 나름대로의 깊은 뜻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스님은 권력자들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았을 뿐이며 그들의 행위를 두둔하기 위한 뜻은 아니라 생각되었다. 우선 첫 마디에 사탄이라는 말로 권력자의 행위를 규정했다. 스님은 혁명의 노래 대신 인간의 어리석음을 읊은 것이다. 이 세상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냄새나지 않는 곳이 있을까. 사람은 어리석고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해간다.
 성철스님이 구도수행하는 모습은 전설처럼 속세간에 전해내려오고 있다. 8년 동안 장자불와하고 용맹정진하여 성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다섯 가지 계율을 만들어 스스로 지키시고 제자들에게도 엄격하게 지킬 것을 가르쳤다.
 ▲잠을 자지 말 것. ▲말을 하지 말 것. ▲간식하지 말 것. ▲책을 보지 말 것. ▲해제중에도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 것. 이는 불자 뿐만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사람이 지켜야 할 덕목이라 해도 좋을 듯 싶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하라. ▲남을 헐뜯지 말라. ▲과음과식하지 말라.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라. ▲몸가짐을 항상 단정히 하라. 이런 뜻은 아닐까.
 성철스님이 남겨놓은 유물은 고작 누더기 장삼과 개다리소반 같은 책상과 연필 한 자루와 공책 한 권,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현대인들의 끝없는 물욕을 질책하고 분수껏 살라는 성자다운 교훈을 남은 사람들에게 알림이 아니겠는가. 부질없는 욕심이 자신은 물론 사회와 국가를 병들게 하는 어리석음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는 듯하다.

<당진시대 1993년 11월 30일/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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