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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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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좋든 싫든 소속된 사회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미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실수를 범할 수 있으며 사안에 따라 비난을 받거나 동정을 받을 수도 있다. 언행은 그 사람의 품위를 나타내며 앞으로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수 없다"라는 말은 지난날의 언행이 되풀이 불신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신임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격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잘못이나 사건이 터져도 쉽게 잊는 버릇이 있다. 그것은 민족성이라 해야 할지 지나친 관대함 때문이라고 해야 할지 필자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일에 대한 망각이 국가와 사회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밝히고 응분의 조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 쉽게 잊기 때문에 수습하는 당국의 태도는 늘 미온적이다. 그 결과는 연속되는 대형사고로 이어져서 사람들은 자신과 직접 관련 없는 일이라면 점차 무관심해져 간다.
 과거에 대한 망각은 정치인의 책임감 결여로 나타나는데 선량 중에는 뽑아준 유권자의 뜻을 외면하고 임으로 당을 옮기거나 정치상황이 바뀌었을 때 자신에게 유리하다 판단되면 소신 없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정치인의 행동은 좋은 본보기다. 부적합하다고 심판 받았던 인물이 지난날 누리던 영화를 되찾는다. 그들의 입은 국민에게 목숨 바쳐 희생할 각오로 되돌아왔노라 말한다. 때로는 구국의 결단이니 고뇌에 찬 결단이라는 말이 거침없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왜 이런 정치풍토가 용인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뼈를 깎는 듯한 반성이 없는 정치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국민 스스로를 더 큰 피해자로 만든다. 또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필자는 이와같은 후진적 현상을 국민의 정치의식 결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의식은 정치인의 언행을 파악하고 감시하고, 대처하는 능력이다. 정치의식이 강할수록 정치인은 국민을 두려워한다. 정치의식이 강한 국민은 과거에 저지른 정치인의 잘못을 절대로 묵인하지 않는다. 정치의식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기 때문에 강한 국민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을 용서하지 않으며 국가의 장래를 먼저 생각한다.
 이제 우리 국민은 한 차원 높은 정치의식을 지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당진시대 1995년 3월 6일/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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