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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사회와 사이비 종교

월요논단 장덕기l승인1995.04.24 00:00l(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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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열도를 공포로 몰아넣은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사건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정화응로 보아 가스살포는 옴진리교의 집단적인 소행임에 틀립없어 보인다. 종교의 가장 으뜸가는 사명이 인간을 구원하자는 것을 모를 리가 누가 있겠는가.
 만물의 영장이며 신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인간이 사실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옴진리교의 교리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사이비 종교의 피해를 보면 기독교, 불교, 유교, 도교 등 여러 종교의 교리를 적당히 짜깁기하여 편협한 모습의 신을 만들어놓고 교도들에게 재산을 헌납할 것을 강요하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며 교를 위해 무임금 노동을 강요한다. 잠시만 생각해도 황당무계한 교리의 허구를 간파할 수 있을텐데 그렇게 쉽게 넘어가 재산을 날리고 가족이나 친척들과 등을 돌리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인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옴진리교에서 교단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일본에서 제일가는 명문대학 출신의 변호사와 과학자들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머리 좋은 놈들이 우매하고 순진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수단으로 종교를 이용했다고 가볍게 단정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공개적으로 사람의 귀한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로 보아 단순한 사기집단으로 간주할 수 도 없다.
 고도로 과학이 발달하고 경제가 발전하여 부족함이 없는 물질만능의 시대에 인간은 오히려 소외되어 외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물질로는 채울 수 없는 무엇인가를 찾다보니 사이비 종교의 마수에 걸려도 자신의 비극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묘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불안과 초조감을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출구를 찾아간 곳이 사이비 종교집단이며 사교의 최면에 빠지면 인간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범죄행위를 신의 이름으로 거침없이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옴진리교는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사회가 건전해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지나친 경쟁, 빈부차, 계층간의 갈등, 불건전한 문화 등이 인간소외를 가속화하고 낙오된 사람들은 방황하다 사이비 종교와 같은 헤어날 길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우리에게도 발생이 가능하다. 이런 끔찍스런 일이 터지지 않도록 이 당에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당진시대 1995년 4월 24일/71호>


장덕기  dokee@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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