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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얼마전 삼성그룹의 총수 이건희씨가 중국방문 중에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회견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자 귀국을 늦추어야 했고 귀국 후에도 홍역을 치렀다.
 이 나라 전역이 세계화란 화두로 들끓고 있는 이 때, 이 말이 진실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와 행정의 일류화 없이 어떻게 이 나라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단 말인가.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오해는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첫 해이다. 대통령은 '지방선거는 정치인이 아닌 일꾼을 뽑는 일'이라고 했지만 정치인과 일꾼의 차이는 무엇이며, 정치인이든 일꾼이든 이번 선거를 통해 훌륭한 인물이 뽑힐지 걱정스럽다.
 정치인들이 일개 기업인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정치수준이 저급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분명히 있다. 우선 실질적이고 철저한 후보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 대개 우리나라 정치인을 보면 중앙이든 지방이든 자기 사람을 만드는 데만 급급하다. 중앙이든 지역이든 당직자나 후보를 선정할 때 자질이나 주변의 정서는 무시된다. 오히려 얼마나 이용할 수 있고 충성심이 강하냐가 문제이다.
 그래서 당원에 의한 경선 만이라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일부지역에서 실시되는 경선은 통치권자의 뜻이니 김심이니 하며 모양만 갖춘 꼭두각시 노름에 불과하다. 당분간 혼란이 따르겠으나 한 두 사람의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현실로는 훌륭한 정치인과 정치의 선진화를 기대할 수 없다.
 한편 유권자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자.
 사소한 선거라도 대표를 뽑는 행위는 신중해야 하는데 유권자 역시 아직도 정치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얼마전 발표된 지난 4년동안 활동해온 지방의원들 중에서 10% 정도가 재임기간 각종 범죄행위와 비리를 저지른 것만 보아도 유권자가 신중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자질 없는 정치인을 솎아내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시민운동단체들이 엉터리 후보의 낙선운동을 벌이려 하나 통합선거법은 낙선운동을 금지하고 있어 여의치 않다. 법을 고쳐서라도 형편없는 후보는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어쨌든 선거가 임박했다.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에 다른 실천이 정치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국민의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당진시대 1995년 5월 22일/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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