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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우리는 정치를 흔히 마약에 비유한다. 정치에 발들 디디면 그것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말이다. 소질과 능력에 관계없이 한번 빠져들면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적절한 시기에 물러설 줄 알아야 피차 좋을텐데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듯할 때는 안쓰러움을 넘어 짜증서럽다.
 이런 우리나라 특유의 정치풍토는 승패에 대한 승복할 수 없는 현실이 크게 영향을 준듯하다. 대통령은 세계화를 부르짖고 각 방면에서 그 틀을 짜려고 법석이다. 경제면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으나 우리 실정으로 급한 것은 정치분야가 아닐까.
 선거사상 이번 지방선거보다 지역감정이 강하게 표출된 적은 없었다. 약간 그럴듯한 표현을 했으나 김대중씨의 지역등권론과 김종필씨의 핫바지론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궤변이었다.
 '충청도를 핫바지로 취급하는 현정권에 대항하여 총궐기하자' 이 한마디는 충청인의 피를 끓게 하는데 충분하여 논리와 이성, 후보의 자질은 문제 밖이었다. 선거가 본격화되어 전북과 부산 등 일부 지역의 투표결과에 대한 예상이 미묘해지자 김대중씨는 갑자기 지역등권론을 내세웠다. 지역등권이라는 말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올바른 논리라면 선거 필요 없이 각 지역은 지역기반이 강한 정당이 분할하여 통치하면 되는 것이다.
 일년전부터 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은 혈연, 지연, 학연 등에 구애받지 말고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뽑자고 누누히 강조하였다. 하지만 충남과 호남에서는 헛수고였던 것이다.
 아무튼 두 김씨는 정치적으로 회생하였다. 이제 김대중씨는 정계복귀를 공식선언하고 신당을 만들고 있음 두 김씨는 이 나라 정국을 주도하는 중요한 축이 된 것이다.
 이런 빌미는 지난 2년 전의 집권층의 실정과 오만에서 비롯된다. 어설픈 개혁은 기득권층의 뻔뻔스런 반발을 초래했고, 강력한 지지를 보내던 대다수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현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특정지역의 싹쓸이는 다시 한 번 생각할 문제다. 실정과 지역감정은 구분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누구나 정치의 잘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감정이 더욱 강렬하게 나타난 현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김대중씨는 은퇴를 철회하고 이른바 수평적 정권교체의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있다. 수직적 교체로 형성된 현정권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일련의 행위가 진정한 개혁을 달성하고 자신의 야심찬 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는지 국민을 더 깊은 딜레마에 빠지게 할른지 두고 볼 일이다.

<당진시대 1995년 8월 14일/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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