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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하게 한 해를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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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을해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무엇인가 꼭 이루자고 의욕이 대단했지만 지나면 아쉽고 덧없는 세월에 회환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지난 날을 돌이켜 만족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1995년은 너무나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형참화로 민심은 흐트러져 지도층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고대하던 지방자치시대가 여린 것입니다. 의회뿐만 아니라 단체장까지 우리 손으로 뽑아 본격적인 자치시대를 연 것입니다. 야비하고 추악한 정치지도자가 지역감정을 부추겨 의미는 반감되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긍정적인 모습으로 지방자치가 실현될 것입니다.
 전대통령 노태우씨의 비자금 소문이 천문학적인 실체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을 경악시켰습니다.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무엇으로도 잠재울 수 없었고, 드디어 구속으로 이어졌습니다.
 노태우씨의 비자금 사건은 12.12와 5.17 군사반란사건의 수사로 확대되었습니다.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로 국민의 저항에 대응하던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정략적으로 수용한 것입니다. 어쨌든 역사를 거스르며 정권을 찬탈한 반역자들을 응징하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5공화국 탄생에 관여했던 이른바 정치군인들이 아직도 회개할 줄 모르고 갖은 궤변을 동원하여 정당성을 주장하는 모습을 볼 때 더욱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민적인 동의하에 특별법을 제정하는 마당에 일부 정치가는 보수를 내세우며 수구세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세력을 확장하여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려는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또한 이 시대에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잔재라고 생각합니다.
 노태우씨의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날 이 나라를 통치하던 대통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과 어이없는 행동에 오히려 연민의 정마저 느껴집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많은 인사들이 민주화를 위해 바친 거룩한 희생과 국민들이 겪은 고초를 생각한다면 섣부른 동정은 금물입니다. 특히 온순한 충청인들은 대통령과 국민을 옛날 왕조시대 군신관계로 착각하여 전대통령 구속은 지나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 일년은 국민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한해였습니다. 이제 증오심은 떨치고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갑시다. 냉철한 이성이 꼭 필요할 때입니다. 그리고 희망을 잃지 말고 내일을 설계합시다.

<당진시대 1995년 12월 25일/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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