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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87년 5공 정권이 마지막으로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발표되어 독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문열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영화와 연극으로 제작되었고, 외국어로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어느 시골 국민학교에 동급생보다 나이도 많고 힘이 월등하여 완력으로 친구들을 교묘히 억누르며 군림하는 엄석대와 도시에서 전학해 온 <나>라는 학생 사이에 펼쳐지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엄석대는 담임의 묵시적인 비호 아래 시험때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윽박질러 대리시험으로 항상 높은 점수를 받는다. 무슨 일이든 동료 학생들에게 복종을 강요한다. 친구들은 부당한 줄 알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감히 도전할 엄두를 못낸다.
 <나>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엄석대에게 저항하기 때문에 갖은 고통과 불이익을 당한다 끝내 <나>도 그에게 참담하게 투항하고 굴복의 대가로 불이익은 없어진다.
 그런데 어느날 담임선생이 바뀌면서 상황은 돌변한다. 엄석대의 정체는 적나라하게 벗겨지고 드디어 영웅의 모습은 일시에 무너진다.
 작가는 독재자와 그 하수인들의 행태를 시골 국민학교 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빗대어 묘사했는데 독재자는 결국 비참하게 멸망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작품의 의도는 오랜 독재로 형성된 우리 사회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역사의 당위성, 즉 역사주의를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이 작품을 만든 이문열은 얼마전 이 소설에 관해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였다.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며 민주주의를 말살시킨 대통령들. 이들은 독재자였고 말로는 그야말로 비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새 시대를 맞는 지도자와 추종자들의 의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모든 것이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고 권력자 주변에는 아부가 성행한다.
 필자의 의견을 덧붙이면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임하는 지도자들의 자세에서 일그러진 영웅의 모습이 엿보인다. 아직도 정의와는 먼 거리에서 야욕을 불태운다.
 국민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짓눌려 살았으면 과거를 청산하려는 뚜렷한 의지를 세워야 할텐데 너무 무관심하다. 지역주의가 해소되고 정의가 충만한 아름다운 세상은 언제 오려나. 이제 부적합하다고 검증된 자들의 선동에 부화뇌동하지 말자. 독재자와 그 하수인들이 다시 판을 칠 수 없는 사회분위기, 즉 시대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당진시대 1996년 1월 29일/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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