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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숨결 더듬는 한가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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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옛부터 우리민족은 추석을 가장 즐겁고 뜻있는 명절로 여겼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만 하여라'라는 가난했던 우리 조상들의 염원이 서린 말이 있다. 아무리 곤궁한 시절에도 누구나 이 날은 온갖 음식을 정성으로 차려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제를 올리고 먹고 마시며 이웃, 친지들과 정다운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특히 추석은 오곡이 무르익는 계절이기에 그 의미는 각별했던 것이다. 옛날에 성행하던 놀이문화는 대부분 사라졌으나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어울려 회포를 푼다.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아직도 조상의 숨결과 공동체의식이 뚜렷이 남아있어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은 간절하다. 고향을 찾는 인파와 차량이 까마득하게 늘어서 있으나 짜증은 고사하고 온통 고향을 그리는 마음 뿐이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옛 친구들을 만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조상의 묘를 찾아 어려웠던 시절 우리 조상의 숨결을 느껴본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현재 우리가 누리는 풍요는 조상의 희생으로부터 이루어졌다. 지금은 명절 연휴기간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휴양지에서 고향을 향해 제사를 지낸다는 소리도 들린다. 자신의 넋을 빼버리고 남의 모습을 열심히 따른들 무슨 의미와 보람이 있겠는가.
 환상을 쫓는듯한 얼빠진 모습에서 인간성이 점차 상실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느낀다. 세계화, 세계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한 서양인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따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과 전통을 이어가며 어느 민족, 어느 국가 못지 않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세계화가 아닐까.
 우리 주위에는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이웃이 많이 있다.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유하려 노력할 때 비로소 이 사회는 건강해 질 것이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이해 조상의 숨결을 더듬어 보고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잠시 멈춰 뒤돌아보고 옷깃을 여미며 몸과 마음을 추스리자.
 올해는 전반적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경기가 침체되어 예전만 못한 우울한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 모두 진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인정이 가득한 명절을 맞이하자.

<당진시대 1996년 9월 23일/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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