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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4 23:4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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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고 집에 오면 몇개씩 쌓이는
비닐봉지가 영 마음에 걸렸어요.
이게 어디가서 썩기나 할까 싶기도 하고요.”

 

 

 “사회활동을 하다보니 사회에 대한 눈이 넓게 트이는 것 같아요. 사회생활의 시야가 넓어지니까 가정생활도 훨씬 기름진 것 같아요.”
 사랑의 집으로 더 많이 알려진 여성단체협의회의 간사 유재분(35세)씨는 사회활동의 소감을 이렇게 얘기한다.
 간사를 맡은지 2년 남짓 되는 그녀는 그전까지는 두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던 주부였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처음에는 경제적인 필요때문에 직장을 구하게 됐어요. 그런데 본래 돈에 욕심도 없는 편이고 이일이 제 적성에 꼭 맞는 일이어서 보람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거창하지 않고 솔직하게 간사를 맡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그녀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맑고 투명한 인상이다.
 막내아들에게 시집와서 부모의 도움 하나없이 공무원 남편의 월급을 쪼개 생활하면서 한푼 두푼 푼돈 모으는 재미로 살던 그녀는 뜻밖의 충격으로 직업을 구하게 됐다고 한다.
 아껴쓰고 열심히 저축만하면 언젠가는 내집 한칸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소박한 꿈은 정작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깨어져 버렸고, 자신이 너무도 세상을 모르고 살았다는 자책감만 갖게 하였다. 부동산 투기로 집값이 펄쩍 펄쩍 뛰어버린 것이다.
 어쨌든 그런 동기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일에 대한 자세는 헌신적이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애착을 갖는 일은 쓰레기를 분리하고 헌옷가지를 정리하는 일이다.
 깔끔한 외모와 사분사분한 말투 어디에서도 쓰레기와 친할 것 같은 여지를 찾을 수 없지만 그녀는 상당한 절약가이고 모범적인 환경보호자이다. 그러니 당연히 쓰레기와 가까울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절약하는 일과 이웃을 기쁘게 하는 일을 생활신조처럼 여기고 살았다는 그녀는 ‘환경위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훨씬 전부터 나름대로 쓰레기 줄이는 일에 애써왔다.
 “장을 보고 집에 오면 몇개씩 쌓이는 비닐봉지가 영 마음에 걸렸어요. 이게 어디가서 썩기나 할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시장 가면 비닐에 싸주는 걸 마다했지요.”
 요즘도 가끔 남의 차를 빌려타고 한보따리씩 재활용쓰레기를 싣고오는 주부들을 보면 그렇게 존경스러워 보일 수가 없다고 한다.

 “흔히 봉사라고 하면 있는 것 가지고 베푸는 일처럼 여기지만 진정한 봉사는 끝없는 인내와 희생정신을 요구하는 어려운 일이예요. 하지만 사랑만 갖고 있다면 정말 쉬운 일이기도 해요.”
 일회성 행사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을 때묻지 않고 따뜻하다.
 그녀는 여성단체협의회의 일도 엄밀히 보면 봉사라고 얘기하면서 아직 전체 당진여성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한계만 빨리 탈피한다면 협의회가 지역을 위해, 참으로 많은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그녀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유간사는 얼마전 국민학교 다니는 아들이 플라스틱 음료수병을 조작해 음식 찌꺼이 거르는 용기를 만들어 설거지통 위에다 걸어 놓았더라면서 작게 웃는다.
 “음식 찌꺼이에 물기가 많으면 냄새도 나고 오염이 심해진다나요? 자녀교육은 부모의 생활 그 자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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