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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완성도, 예술의 완성도 포기할 수 없다 - 최평곤 중특투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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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 발족된 「특정폐기물 처리장 당진군설치 반대투쟁위」에서 사무국장을 맡게된 최평곤(38세)씨는 요사이 이 중차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예술인은 예술인이기에 앞서 사회적 책임의 한 담당자라는 생각을 갖고 그동안 「학동인」 회원으로 미술활동을 하면서도 당진지역 사회문제에 관심의 고삐를 늦춘 적이 없었던 그이지만 막상 이 일을 맡은 것이 버겁기만 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특정폐기물 문제가 화성이나 온산등 다른지역을 봤을 때 당진군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산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유해폐기물을 매립 또는 처리하는 이 시설이 일차적으로 5만평 규모로 설치됐을 때 그곳에서 발생하는 위험한 독소와 폐수가 당진지역 전체에 진동하리라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이다.
 최평곤씨가 ‘그림 그리는 일’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애착을 접어둔 채 이 막중한 직책을 수용한 이유는 바로 이런 고향땅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그림을 그려온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자연과 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개인적인 창작의 자유를 주장하기에 아직은 사회적인 짐이 너무 많습니다”
 그는 사실은 이런 자기항변으로 늘 가슴속에서 끓고 있는 창작에 대한 욕구를 잠재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편 ‘인간성 회복’을 추구하는 그림쟁이로서 그가 거역할 수 없는 사회적 양심의 한 가닥이다. 그는 늘 사회적 책무감과 개인적 창작욕 사이에서 번민해 왔고, 그래서 누구보다 우리시대가 주는 고통과 갈등에 깊이 맞닥뜨려왔다. 그래서 그는 이 사회의 갈등구조를 해결하는 일에 다시 나서게 되곤 했다. 가끔씩 기회 있을 때마다 ‘이제는 그림을 그릴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독촉하는 후배들에게도 ‘아직은...’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할 수 밖에 없다. 
 그의 이렇듯 민감한 양심과 감수성의 교차는 90년 ‘당진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과 91년 ‘민족민중미술인협회’에 가입해 활동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다른 한편 순성에 개인작업실을 짓는 열정으로 뻗어나간다. 올 9월에는 충남 민미협회원들이 전시회를 열 계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당진을 산업쓰레기장으로 만들어 결국 무인도화 할지도 모르는 위기일발의 지역현안 앞에서 또다시 개인의 창작욕을 억누르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
 “언제쯤 그림작업을 하실 건가요?”
 “이 일만 끝나면 정말 그림에 몰두할 겁니다.”
 이 일만 끝나면... 이 일만 끝나면 그는 미친듯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모질게 이 악물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한다.
 세상에 눈이 뜨이던 시절부터 구도자처럼 그림의 완성을 추구해온 그는 그만큼의 세상의 완성을 추구하며 그동안 기꺼이 개인의 자유를 억눌러 왔다. 그러나 그는 우리것과 인간에 대한 존업성과 역사성을 제대로 담은 그림에 대한 미련을 결코 버릴 수 없다.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언어로 이세상을 그림에 담아내는 일이 그 자체로 또한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 그는 그렇게 말한다.
 어쨌든 그가 그림을 그리려면 이 일을 끝내야 한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그리고 그것은 어떤 예술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창작의 자유가 진정으로 보장되려면 예민한 양심을 지닌 그들에게 있어서 창작에 전념하는 일이 곧 양심의 배반이라는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그들의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비인간적인 사회문제가 파생되어선 안된다.
 사회의 인간화, 그것이 곧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최선의 조건임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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