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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데 없는 세사람 데려다 여덟식구 한방에 - 김영이씨(당진읍 채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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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장사 부부의 남다른 세상살이

 사람사는 일의 속을 들여다보면 어디나 구질구질한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또한 그 구질구질한 구석의 깊은 속을 들여다 보면 애틋한 사연과 고운 인정이 오간 흔적이 흠씬 배어있기도 하다. 이런 사연과 흔적이 있고 없음에 따라, 혹은 많고 적음에 따라 비슷하기 마련인 사람들 삶의 색깔과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이다.
 당진읍 채운리 김영이(34세)씨의 세상살이는 남과 다를 바 없으면서도 참으로 별난 구석을 가지고 있다. 좋은 체구에 서구적인 얼굴. 얼핏 보면 화사하기 짝이 없는 인상과는 달리 그녀의 생활은 너무나 소박하다. 소박하다 못해 너무 사심이 없어서 오히려 그것은 대단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채운리 김영이씨의 단칸방에는 모두 여덟명의 식구가 살고있다. 남편과 두아들, 그리고 이종동생. 거기다 혈연관계라곤 없는 아줌마 한분과 두남매. 이렇게 여덟이서 한 가족을 이뤄 한 집에서 살고있다.
 김영이씨와 아이들이 ‘고모’라고 부르는 이 아줌마는 나이가 3십대 후반이라는 것 밖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정신이 성치 않아서 몇살이냐고 물으면 「네살」이라고 대답할 뿐 아무것도 할 줄 몰라 김영이씨가 생리대까지 다 갈아주어야 한다. 함께 데리고 있는 주영, 정민 남매역시 엄마, 아빠가 돌보지 않고 떠나버려 오갈 데 없는 애들을 보다못해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 것이었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인가요.? 단지 제가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미여서 그렇죠. 뭘”
 정말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는 김씨는 자신이 어려서부터 워낙 고생을 하고 눈치밥을 먹으며 자랐기 때문에 신세처량한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만 말한다.
 금산이 고향인 김씨는 남편과 결혼한 후 대전에서 생활하다 이 아줌마를 만나게 됐다고 한다. 남편이 나환자였던 이 아줌마는 성치도 않은 정신으로 예쁘게 생긴 딸아이하고 같이 상자따위를 주워 팔아 근근히 살고 있었다는데 사는 모습이 너무 딱해 함께 데려다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5년간 김씨가 친자식처럼 키운 딸애는 제 아빠가 죽자 삼촌이라는 사람이 와서 데리고 갔다고 한다. 생김새도 자기와 똑같아서 온갖 정성을 다 쏟아 키웠는데 5만원을 달랑 놓고 애를 데려갈 때에는 너무 기가 막히고 서러워 펑펑 울었다고 한다.
 이들 부부가 당진으로
온 것은 지난 여름.
 그리고 주영, 정민 남매를 만난 것은 겨울이었다. 생계가 막연해 농협 앞에서 떡볶기 장사를 하고 있을 때 이들 남매를 만나 보호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김씨는 또 이애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식구로 삼은 것이다. 버릇없이 자란 애들이라 고마움도 모르고 도벽까지 있는데다 때때로 불량배들과 어울려 학교마저 빼먹을 때는 화도 치밀고 이렇게 사는 일에 대해 어려움도 느낀다.
 “다행이도 국민학교 1학년인 아들 병현이와 둘째가 새로운 식구등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여 걱정이 없다.”고 말하는 김씨.
 그러나 여덟이라는 대가족이 생활하기에 이들의 경제사정은 곤궁하기만 하다. 마음고생을 너무해서 살아선지 김씨는 요사이 고혈압으로 자주 아프고 남편 전씨가 트럭타고 다니면서 하는 ‘뻥튀기 장사’도 수입이 별것 아니다.
 그런 와중에도 ‘여건만 된다면 돌 볼 사람없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데리고 살고싶다.’는 김씨.
 그녀의 처절할만큼 사심없는 생활은 넉넉한 가운데서도 나와 내가족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들에게 새삼스런 충격으로 다가서고 있다.
/김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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