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7명 당진군 소년소녀가장의 언니쪾누나
따뜻한 믿음, 꾸짖음 다 필요해 후원자들에 당부도


 당진군에 있는 소년소녀가장  세대는 모두 30세대. 또 그 세대를 구성하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57명이다. 그러나 호적상에는 보호자가 있어도 부모의 가출이나 심한 질병등으로 실제 아이들이 가장 노릇을 하고있는 세대는 더 있을 것이라고 담당자 구효숙(30세)씨는 말한다.
 당진군청 가정복지과 구효숙씨는 당진에 있는 57명 소년소녀가장의 언니, 누나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는 사람이다. 덕성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88년 3월 아동복지 지도원으로 시작한 그녀의 공무원 생활 7년은 말 그대로 소년소녀가장들의 애환과 함께해 온 시간이었다.
 보호자 없는 소년소녀가장들에게 1인당 월 1만5천원씩 분기별로 4만5천원의 국가보호비를 전달하는 일에서부터 후원자를 만들어 결연시켜 주는 일, 심지어 아이들의 진학상담, 교우관계 고민도 성의껏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상담역할까지 떠맡아 7년을 쉼없이 달려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다 큰애들 돌보는 일에 푹 빠져 시집갈 생각도 하지않는 노처녀’라고 부르기도 했다.
 어쨌든 그녀는 공무원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의지할 데 없이 소외된 소년소녀가장들과 더불어 생활해 왔고 그런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그 자부심이란 자칫하면 고아원에 보내져 원치않은 평생의 굴레를 쓰게될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자립의 길을 마련해 주고자 애쓴다는 점, 그리고 아이들과의 온갖 부대낌 속에서 어느새 그들의 가슴 깊은 곳 상처와 바램을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면 더 힘들다’고, 아이들의 섬세한 자존심도 지켜주고, 후원자들의 성의도 존중해주려니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각종 행사때마다 감초처럼 끼어있는 「불우학생 장학금 전달」사업이 그같은 예에 속한다. 단체들 입장에서는 모은 기금을 의미있게 쓰자는 좋은 뜻이지만 정작 받아들이는 아이들 입장이 그걸 용납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뜻을 헤아려서 고맙고 성의있게 받는 애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애들은 이미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아주 예민하고 자존심도 강합니다. 그래서 우선 아이들의 뜻을 물어보고 아이가 원하지 않을 경우 후원단체에 양해를 구하죠”
 구효숙씨는 아이들이 내세우는 자존심이 자신들을 지탱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임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후원이 아니라 엄격함과 자상함을 갖춘 어버이 같은 믿음”이라며, ‘공부 잘하고 착실’하지 않은 애들일수록 더 따뜻한 애정과 꾸짖음이 필요하다고 후원자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는다.
 당진군청 내무과장으로 퇴임한 구본민씨의 자녀이기도 한 효숙씨는 베푸는 생활을 많이하는 공직자인 아버지의 생활을 통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얼마전 결혼을 앞둔 한 소년소녀가장 출신 후배가 ‘소년가장’이라는 낙인을 벗기 위해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면서 소년소녀가장 아이들의 떳떳한 미래를 위해 아직도 할 일은 많기만 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지방에서 모 기업의 계장이 된 한 아이가 ‘나쁜 일을 하려고 해도 믿는 사람이 있어 못하겠다’고 자신을 빚대어 전화해 왔을 때 간혹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줄 알면서도 끝까지 믿어주었던 일들이 새삼스런 보람으로 느껴지기도 한단다.
 “저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뭔가 하려고 할때 조건만 마련해 주는거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예요”
 끝까지 겸손을 보이는 구효숙씨.
 올 3월, 노처녀의 딱지를 벗고 결혼한 그녀는 더욱 원숙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싶어한다.               

 <김태숙 기자>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