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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생활 16년만에 깨달은 즐겁게 사는 비결 - 군청 사회진흥과 정기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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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시간때우며 무기력하게 살기보단
공직생활에 자부심 느낄 수 있는 일 찾아서 하기로

 군청 사회진흥과에서 일하는 정기원(41세)씨는 올해로 공직생활 16년째를 맞는다. 채운리 출신으로 당진상고를 나왔고 홀어머니에 동생 넷을 돌봐야 하는 힘겨운 가정의 가장이었다.
 특별히 쌓아 놓은 재산도 없고, 든든한 배경도 없었던 그에겐 공무원이 그중 편하고 안정적인 직업이라 여겨져 군 제대 후 곧바로 공무원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발디뎌놓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쏟아지는 잡무에다 말단 공무원의 월급은 너무나 박했다.
 정씨는 결혼을 앞두고 부득이하게 아내될 사람에게 월급 액수를 부풀려 말해야 했다. 때문에 결혼 후 두달간 월급봉투도 내놓지 못하고 석달째 보너스 받은 것까지 합해 내놓았다가 들키고 말아 한바탕 싸움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과감하게 그만두고 장사나 해볼까? 하루에도 열두번 이런 궁리를 했다. 그러나 이미 부양가족이 딸린 그에게 그건 모험이나 다를 바 없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텃밭에 채소 가꿔 반찬값 줄이고 아이들에게 밀기울 먹던 시절 얘기를 시시때때로 해주며 검소하게 살 것을 훈시하는 '고리타분한' 아빠가 되었다.
 힘들어하는 그에게 헌신적인 일에 만족하며 살자던 아내의 격려도 큰 힘이 돼주었다. 모든게 생각했던 것보다 열악한 조건들이었지만 정씨는 나름대로 성실했다. 신앙이 바탕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팔 걷어붙이고 했던 일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 그게 가장 큰 위안이었고, 새로운 힘을 주었다.
 작년 당진군이 국토대청결운동 최우수군으로 선정되었을 때에도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바로 그였다. 마을 부녀회원들과 폐비닐과 농약병을 수거해 마련한 자금으로 경로잔치를 베풀었을 때도 그랬다.
 정씨는 현명하게 살기로 했다. 적당히 시간 때우고 무력하게 살아기기 보다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기로 했다. 공직을 가능한한 편하고 부족하지 않을 만큼 월급받는 직장이길 바란다면 갈등은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처우개선문제는 자신이 지도적인 위치에 있게 될 때의 일로 미루기로 했다.
 공직생활 16년에 여전히 말단이지만, 정기원씨의 출근가방은 이제 전처럼 무겁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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