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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운동의 참모습 되찾는 작은 씨앗 뿌릴 뿐입니다-당진축협 권건오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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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축협 권건오(50세) 공장장은 4년전 축협사료공장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송악에서 20여년간 수의사 노릇을 해오던 인텔리였다. 그가 훨씬 안정적이고 벌이 좋은 수의사 일을 그만두고 축협에 들어온 것은 자신이 배운 기술을 좀더 많은 이들을 위해 써야겠다는 욕심(?)에서였다.

 그것은 또한 힘없는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자본의 위력에 맞서고 공동체 삶을 꾸려 나가는 협동운동, 이태리연수 도중에 보았던 그곳의 협동조합처럼 함께 일하고 수확물은 고스란히 식구수대로 나눠주는 그런 훈훈한 협동운동에 대한 믿음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협동운동의 현실은 그의 이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생산하는 농민은 하나인데 그를 도와주겠다는 기관은 아홉개나 되는 기이한 상황이다 보니 정작 분배하는 것보다 조합원을 상대로 이익을 남기고 조합 자체를 유지하기에 급급한 실정이었다. 그가 몸담은 축협사료공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대한 간부진에 거래처와의 뒷돈거래등 효율적이지 못한 부문에 대한 지출이 많았다.

 그는 과감하게 조직감량부터 시작했다. 조합은 몇몇 임직원의 자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기관이 아니었다. 그리고 쓸모없는 비용지출은 일체 없애버렸다. 그것은 먼저 받지 않으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일부 사람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이 부담이 되진 않았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일이 아니었고, 가외비용을 줄여 그 돈으로 질좋은 사료 만들어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 4천 축산조합원들을 위해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평가는 그 조합원들에게 받으면 되는 거였다.

 직원들에 대한 교육 또한 그가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샘에 물이 고여 있어야 퍼줄 수 있는 것처럼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지도하고 그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으려면 먼저 직원들이 깨어 있어야 했다. 방송통신대에 등록하도록 권유했고, 신입사원에겐 어김없이 책 읽고 리포트 제출하는 과제를 던져 주었다.

 축협사료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 간간이 들려올 때, 공장내 분위기가 점차 활기를 되찾아 가는 것을 볼 때 그는 비로소 축협에 몸담은 것에 보람을 느꼈다.

 그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때문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에게 하나님은 곧 진리였고 하나님 사랑은 이웃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는 잊지 않으려 애썼다.그에게 이웃은 바로 조합원들이었다.

 저마다 살아가기 바쁜 세상에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버림으로써 기쁨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로 신앙적 힘이 있어야만 가능한 대단한 일이 돼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런 대단한 일을 거창하게 생각지 않는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은 협동운동의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한 작은 씨앗을 뿌릴 뿐이고 도구로써 쓰여질 뿐, 그 결과는 하나님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고 자신이 누려야할 몫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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