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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모레 팔순, 아직도 은사님 가슴에 카네이션 달아드려 - 당진국민학교 20회 졸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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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쪽같이 반듯한 성품을 지녔던 선생님. 해마다 얼굴이 틀려지는 모습 안타깝기만

 

 팔순이 가까운 노인들이 아직도 스승의 나이 되면 은사님을 찾아 뵙고 있어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당진국민학교 20회 졸업생(대표 장기선)들. 이들은 10년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국민학교때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꽃을 달아드리고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있다.

 은사님의 연세는 올해 여든 일곱, 나이로 치자면 친구같은 선생님이지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던’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겐 여전히 존엄하신 스승님이시다.

 이들이 은사님을 찾아 뵐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건 지난 86년도. 하나 둘 객지생활을 청산하고고향으로돌아와 편안한 노후를 계획할 때 부터였다.

 젊었을 땐 각자 살기 바빠 동창생도 은사님도 까맣게 잊고 살아왔지만 옛일을 되새겨보는 시간이 많은 나이가 되고 보니 자연히 생존해 계신 유일한 ‘조선인’선생님 생각이 간절해졌던 것이다. 젊고 패기있었던 선생님. 3년간이나 담임을 맡으셨었고 낫질, 호미질을 직접 가르쳤던 엄한 선생님이셨다.

 처음 찾아뵈었을 때 무척이나 반가워하시며 기뻐하던 은사님을 보고 너무나 오래 모습을 잊고 살아왔던 자신들이 부끄러웠다. 그날 이후로 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은사님을 찾아갔다. 편찮으실 때, 사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6.25때 전사한 동창생 전적비를 세울 때도 은사님과 함께 했다. 푼푼이 모은 자금으로 해마다 며칠씩 시간 내어 전국 곳곳 관광도 다녔다.

 그러나 세월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이젠 연로하셔서 장기간 여행도 할 수 없게 됐고, 해마다 얼굴이 틀려지는 선생님을 보면 자신들의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가는 것도 잊은 채 그저 안타깝기만 하단다.

 은사님을 찾아 뵌 이후로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갚게 된 것 같아 흐뭇해졌지만 이들이 보다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식들 앞에서 떳떳해졌다는 것이다. 자식 교육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바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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