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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가 사는 법

 

 당진읍내에서 플라워숍을 경영하는 김인숙씨(48세). 그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된다. 지혜롭게, 사랑을 실천하는 하루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이다. 자신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어느덧 쉰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김인숙씨는 그 나이의 여성들에게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것에 대한 무기력함이나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모습이 없다. 변해가는 주변을 늘 관심있게 지켜보고 주저없이 자신을 해야할 일을 찾아낸다.

 김인숙씨는 남들이 통상적으로 말하는 ‘행복한 여자’로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서른아홉의 나이에 결혼을 했고 4년 뒤 남편과 사별.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다.

 그 또래 여성들에게 있어 모든 희노애락의 대상인 남편과 자식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그로 인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다.

 김씨는 올해로 4년째 한국부인회 당진지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여 명의 회원들과 그동안 불우청소년 장학사업을 벌여왔고, 얼마전에는 소비자고발센타를 열기도 했다. 여성단체협의회 수석부회장지도 맡고 있어 이런 저런 봉사활동에 하루가 바쁘다. 게다가 매주 한번씩 플라워숍 회원들을 상대로 꽃꽂이 강습을 개최하고 있다.

 김씨가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딛고 ‘씩씩하게’ 살고 있는 것은 낙천적인 성격탓이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여자’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진 온갖 굴레를 벗어나고자 했던 직장생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혼전까지 근 20여년을 은행에서 근무했었다. 임금, 승진 등 모든 면에서 여직원들의 근무조건은 남직원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열악했던 때였다. 김씨는 여직원들 조차 당연시 여기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활동을 시작, 주말마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후배 직원들을 만나 동일 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고 설득했다. 지금에 와서 어느 정도 여직원들의 지위가 상승된 것을 보면 김씨는 자신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에 남다른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아직도 여성들의 권리주장이나 사회활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보수저인 사람들로부터 ‘나선다’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나름대로 자신과 이웃에게 성실했고 후회없는 삶을 위해 노력해 왔던 시간들이었다.

 가게를 비우는 날이 더 많아 주위 사람들한테 적잖이 걱정을 듣지만 김씨는 여전히 월례회의다, 청소날이다, 꽃꽂이 품평회다 등등으로 바쁘게 돌아다닌다.

 이왕이면 좀 더 많은 여성들이 자아를 찾기 위한 대열에 동참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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