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김태숙
돌고 돌아서 결국
이리로 돌아오기 위해서
힘든 산굽이 바람은
떠났던 게 아닌데
맑게 눈 씻고 첫새벽 푸른 여장 끌며
아직 물기젖은 아버지집 처마를
떠났던 것이
약속 한마디 주름진 이마에 얹어놓지 않고
청춘은 둥지를 떠너온 것이
아니었는데
약속없이 떠난 것들을 기다리지도 않는지
오늘도 문 단도리하는 어머니
그리고 가지 않는 자식들
돌아와 한동안은 온 줄도 모르다가
문득 가슴 스치는 한올의 바람
언젠가 내가 내게 물었던 물음이
또 한번 가슴을 칠 때 나는 어느새
자식을 위해 현관문을 열고 있는 어미
저무는 하늘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