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 앞가슴에
김태숙
저 산 앞가슴에 쏟아져내린 이는
누구였을까
낮은 구릉끼리 낮은 어깨 맞대고
찬사람 사람들 등시린 바람
제 등에 대힌 맞고 사는 저산 앞가슴에
물살이 누웠다 간 모랫벌에
남아있는 힘줄의 흔적처럼
구릉사이 굽이치며 저산 앞가슴
모질게 허물고 간 격정의 그림자는,
굽이치고 굽이치며 저 산자락
마을로 이끌고 내려온 이는,
내려와 하마 먼저 떠난 이는
누구였을까
부끄러워 앞가슴 상처 여몄던 산은
이제는 보아라 보아라 소리치는 산은
어떤 죄도 우리 이곳에
생겨난 죄보다 크지 못함을
부끄럼없이 여민자리 풀어헤치는 산은
사람들 잠든 사이에 무슨
크나큰 죄 저질렀기에
제 손으로 저토록 모질게 모질게
제 가슴 쓸어내고 쓸어내리는 걸까
그래서 여기 평생을
등에 바람맞고 산다는
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