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만큼 일 안하고 사는 사람 있어요?” - 은혜세탁소 이순자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른병원 옆에 있는 은혜세탁소엔 세탁물을 맡기러 오는 손님들 뿐아니라 심심하면 들러 얘기보따리 풀어놓는 아줌마들로 북적거릴 대가 많다.

 드물게도 혼자서 이 세탁소를 하고있는 주인 이순자씨가 무척 ‘편한사람’이기 때문인데 가끔씩 떡 한조각, 팥죽 한그릇 들고 오는 아줌마들에게 이씨는 꼭 커피 한잔씩 대접하곤 한다. 그러나 이씨는 마주앉아 맞장구 쳐 줄 시간은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세탁소 일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진이 고향인 이씨는 스무살 때 서울에 가 양복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다지 내키던 일은 아니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꿋꿋이 봉제일을 해왔다.

 이씨는 스물일곱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주위 사람들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했지만 다시는 양복 만드는 일을 하지 않을 생각으로 사업을 하던 남편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씨의 계획은 얼마 못가 무산됐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이씨의 고달픈 인생역정은 시작됐다.

 남편은 그뒤로 당진에 내려와 농사를 지었고 이씨는 두 아이를 친정과 시댁에 맡기고 혼자 기숙사로 들어가 또다시 봉제일을 시작했다.

 무려 6년을 그렇게 가족들과 헤어져 살았다. 빚갚기에 바빴던 세월이었다. 단돈 200만원을 들고 당진으로 온 건 8년전. 처음엔 남의 집 일을 하다 급한 김에 사채를 얻어 지금의 세탁소를 차렸다. 양복일은 이제 기성복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벅찬 일이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다 보니 다리가 아픈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한여름에 스팀 다리미를 쓰니 온몸에 땀띠가 나는 것이었다. 아침 7시에 가게에 나왔다 밤 9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가니 겨울이면 가족들과 둘러앉아 밥한끼 같이 먹기도 힘들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농사일에, 소, 개 키우느라 정신없다. 그나마 친정 어머니가 계셔 집안일을 봐주시기 때문에 이씨는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몸 하나, 기술 한가지 갖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덕분에 얼마전엔 집도 새로 고쳤고 사채도 대출을 받아 치러 요즘엔 하루하루 적금 붓는 재미가 솔솔하다. 맘적으로 여유도 생겼다. 슬리퍼에 T셔츠 한 장 걸치고 외출을 해도 이젠 부Rm럽지 않게 됐다.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어 치장을 안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고생 안하고 살아온 사람 있겠냐”고 새삼스러워 하는 이순자씨. 손재주가 뛰어난 그의 소망은 여건이 되는 대로 ‘먹고 사는 일’ 때문에 못해왔던 도자기 만드는 일을 꼭 해보는 것이란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