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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속 겨울나무 - 김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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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속 겨울나무

김 영 현



내 가슴속엔 항상 겨울나무 한 그루 서 있다.

빈 가지 맨몸으로 푸른 하늘 향해 서서

날선 바람에 윙윙 울어대는 겨울나무 한 그루.


일상적인 삶의, 배반적인 욕망과

쾌락과 현란한 말에 취하여 비틀거릴 때에도

때로는 스스로 타협하여 안락할 때에도

맨몸으로 시퍼렇게 서서 회초리 바람 소리로

나를 때리는,

나를 후려치는,

그때 그 시절의 겨울나무 한 그루.


그래, 나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휴일날에는 근처 산이라도 찾아보고

적금과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른바 보통시대의 보통사람이 되어

오늘도 무사히,

오늘도 안전하게,

그렇게 살아간다, 약간은 비틀거리면서....


그러다 문득

나를 때리는,

나를 후려치는,

저 우울한 시대의 텅 빈 들판

혼자 버팅기며 울어대던

빈털터리 한 그루 겨울나무 생각이 난다.




●1955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 졸업

●1984년 단편소설 좧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좩를

  창비 신작소설집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

●1988년 첫시집 좧겨울바다좩를 상재

●소설집 좧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좩 좧해남 가는 길좩

  장편소설 좧풋사랑좩

●1990년 한국창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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