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박 선 욱
누구를 기다린다는 일은 때때로
얼마나 아름다운 아픔인가
허나
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는 들녘에서
흔들리는 등불을 우산 밑에 받쳐들고
기다림을 배우는 밤을
진실로 누가 즐거이 맞이하랴
눈이 오고 가슴에 별빛이 내릴 때
기다림은 찬 이슬에도 맺히나니,
말없이 홀로 돌아가는 밤이 외로워
견딜 수 없을 때면 차라리
나도 따라 한 개 등불이 되어
발걸음마다 그리움 밝히며 걷는다
●1960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전남고 졸업
●1982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좧그때 이후좩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