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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김태숙 기자




끝내 할 말을 다 못하는 것이

생이라지만

아무리 가슴속 헤집고 들어가봐도

사리같은 생의 열매 하나 못찾고

막막한 심연

검은 바다만 너울너울

그안에서 넘실대고 있더라지만

거기에 몸실을 말(語)하나

건져올리지 못하고

누워

넘친 눈물이나 귓볼에 가득 채우는 일이

또한

허무의 깨끗함이라지만


이른 저녁

까닭없이 남산에 올라

갖다 바칠 곳 없이 수런대는 가슴

풀물처럼 짓이겨

물든 하늘만 지고 돌아오는 게

벙어리같은 우리네 삶이라지만

삶이라 하지만


아직 어둠도 덤비지 않은 재색 하늘에

눈 내리깔고 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그믐달 하나

저렇게 하늘 한쪽에 흐릿하게 매달려

사그라지지도 더는 차오르지도 못하는

만삭을 겪은 빈 가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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