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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세상 꿈꾸는 작은 영혼-에바다 농아교회 정한식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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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도 울리지 않는다. 예배가 시작되어도 찬송가 소리는 들리지 않고 기도시간이 되어도 신도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그대로 암흑세계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챙겨듣기 위해 신도들은 초롱초롱 눈망울을 빛낸다.

 당진에는 이런 특별한 신도들이 모이는 교회가 있다. 눈으로 듣고 손짓으로 말하는 신도들이 모이는 이곳은 에바다 농아교회이다.

 얼마전 창립 2주년을 맞았던 이 교회의 가족들은 모두 40여명이다. 그중 스물다섯명은 일요일이 되면 꼬박 꼬박 이곳을 찾아온다. 세상과 만나는 유일한 장소이고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는 이 없는 편안한 공간이다. 그리고 또 자신들의 응석을 받아줄 오지랍 넓은 한 사람을 만난다.

 ꡐ하나님 말씀ꡑ을 전해주는 전도사님이자 사투리 수화가 아닌 표준수화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 바로 정한식(32세) 전도사이다. 한 사람의 농아를 위해 열 사람의 정상인이 수화를 배우는 사회, 그런 사회를 꿈꾸는 정한식 전도사는 오늘, 아직 찾아오지 않는 열 사람의 몫을 대신해줄 비디오를 설치하기 위해 교회에 나왔다. 며칠전 새당진 와이즈멘클럽으로부터 선물받은 비디오였다. 수화교육에 긴요하게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이 요리조리 옮겨가며 잘 보이는 곳에 비디오를 놓으려는 그의 손길에서 묻어난다.

 그가 농아선교를 해온지 올해로 6년째가 되었다. 믿음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그 믿음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세속적인 댓가를 바라지 않고 갈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당진에 온것은 지난해였다. 전도사라는 직함에 걸맞지 않게 그가 이곳에서 먼저 해야할 일은 수화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재교육시설이 지역에 전무했던 탓에 에바다 농아교회는 영적인 체험을 주는 종교기관이기 보다 재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먼저 해야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은 꼭꼭 숨어사는 농아들을 세상으로 인도하는 것, 장애인 자식을 쑥스럽게 여기는 부모들의 닫힌 마음의 빗장을 푸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정상인들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매주 일요일 11시엔 예의 조용한 예배를 드리고 1시부터는 수화교육을 실시한다. 농한기 때에는 또 다른 농아들을 찾기 위해 심방을 가기도 한다. 완고한 부모들의 거절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을 때가 가장 안타까웠지만 요행히 교회에 나와 수화를 배우고 점차 생각이 커지는 농아들을 볼 때만큼 기쁠 때도 없다. 세상과 담을 쌓은 채 단순노동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농아들이 인격적인 가치를 깨닫고 더 나아가 그가 불어 넣어주고자 하는 ꡐ하나님의 사랑ꡑ을 알게 되는 일, 그것은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어떤 고통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만큼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혼자서 감당하기엔 아무래도 벅차다.

 농아들이 가장 곤란할 때는 관공서나 몸이 아파 병원에 가야할 때이다. 그런 공공기관에도 이들의 ꡐ말ꡑ을 들어줄 수 있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복지현실은 이렇게 인색하다.

 그가 바라는 것은 공평한 사회이다. 어느 대기업의 광고문구처럼 ꡐ장애라는 말이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ꡑ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전화번호와 함께 이 말을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ꡒ에바다 교회에 농아들을 보내주세요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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