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한척
김태숙 기자
바다에 이를 날 있으리라
기근에 타고 타서 말라붙은 물줄기와
생의 바닥에 맨살 대고 누운 배 한척,
목타서 하늘아래 입다문 것 모두.
흘러갔다 푸르게 제자리에 와
노래처럼 호흡처럼 다시
흔들릴 날 있으리라
설령 그것이 또 진통의 너울 속에
얼기설기 몸을 섞는 일이라 해도
지금은 다만 침묵할 때
침묵하며 다만 기다림을 배울 때
흘러온 물길 앞에 길이 막히면
안으로 오롯한 길 하나 내어
시름이라도 깊을 대로 깊게 하리라
쓰러진 채 하늘에 흐르는 아침과 밤을
기약없이 흐르는 별무리의 물결을
흐르는 대로 그저 바라보리라
언젠가 하늘과 땅끝을 돌아 낯익은 별 하나
머리맡에 와서 노래 부르면
영혼의 벼랑끝에 섰던 한 마음도
울먹이며 달려와 비 나릴테니.